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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보수 결정’ 기업, 열 중 하나 꼴로 효력상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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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보수 결정’ 기업, 열 중 하나 꼴로 효력상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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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대법원에서 ‘셀프 보수한도 승인’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2025년 5월 대법원에서 ‘셀프 보수한도 승인’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른바 ‘셀프 보수 결정’을 금지한 상법 규정을 어기고 그룹 회장 같은 ‘주주인 사내이사’가 이사 보수한도 안건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이 93%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상법 규정 대로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표결 결과가 가결에서 부결로 바뀌는 기업이 열개 중 하나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와 경제개혁연구소가 23일 발표한 경제개혁이슈 보고서(2025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주총 결의시 특별 이해관계자 의결권 제한 현황)에 따르면, 2025년 정기주총 표결 결과가 확인된 기업 가운데 ‘주주인 사내이사’가 있는 354개 회사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357건을 분석한 결과 사내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회사는 23개(안건 24건)로 6.5%였다. 이는 2024년 주총 때의 5개(2.18%)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지만, 여전히 93.5%의 기업은 사내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은 것이다.



상법 제368조 제3항은 주총 결의 시 (안건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이를 무시하고 사내이사인 주주가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스스로 거액의 보수를 챙기면서 ‘셀프 보수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법원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셀프 보수한도 승인은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오랜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의 지분 과반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인데, 2023년 주총에서 자신을 포함한 전체 이사의 총 보수한도를 50억원으로 정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 통과시켰다. 대법원 판결을 고려하면 앞으로 셀프 보수 결정을 피하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사내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은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333건의 경우 해당 의결권을 제한하여 재계산을 한 결과 한국앤컴퍼니, 대한제강, 에스케이(SK)디스커버리 등 32개 회사의 표결 결과가 가결에서 부결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나간 주총 결의 사항은 어쩔 수 없더라도, 올해 주총부터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아 부결될 안건이 가결되는 일이 발생하면 주총결의의 법적 효력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상법 제376조는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의 시한을 2개월로 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수정 정책위원은 “특히 올해부터 구체적인 주총 표결 결과를 당일 공시하는 게 의무화되어, 소수주주가 법적 기한 내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게 보다 쉬워진다”고 지적했다.



또 사내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기업들 경우에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의 가결 여부를 산정할 때 발행주식 총수와 출석주식 수에서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발행주식 총수와 출석주식 수 모두에서 사내이사인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유권해석을 했다.



이수정 정책위원은 “기업들은 의결권 제한 기준에 대한 법령 정비와 함께 장기적으로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를 도입해 회사가 주주에게 임원 보수정책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보다 충분히 보고하고, 구속력 있는 표결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이-온-페이는 회사 경영진(이사·임원)의 급여, 보너스, 성과급, 주식보상 등 보수정책·보수수준을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주주의 승인 또는 의견 표명을 거치도록 해서 보수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제도이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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