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의원과 김경 서울시의원./뉴스1·연합뉴스 |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선우(서울 강서갑) 의원에게 1억원을 공천 뇌물로 준 혐의를 받는 김경(61) 서울시의원은 그해 8월 강 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씨가 1억원을 반환받고 2개월쯤 뒤 10여 명의 고액 후원금 형태로 8000여 만원을 다시 강 의원에게 입금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경찰은 이어 이듬해에도 강 의원 후원계좌에 50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쪼개기 방식으로 강 의원에게 1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낸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최근 경찰 소환 조사에서 무더기 후원금을 수상히 여기고 모두 반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2022년 1월 강 의원과 그의 지역 사무국장 남모씨와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자리에서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 지퍼가 달린 쇼핑백이었다고 한다. 남씨는 이후 이 쇼핑백을 강 의원 자택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3월 강 의원은 더 큰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전세 계약금으로 1억1000만원을 대출 없이 지불했다. 경찰은 강 의원이 김씨에게 받은 1억원을 아파트 전세 계약금으로 썼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그런데 강 의원은 전세 계약금은 그해 3월 있었던 시부상 때 들어온 부의금으로 조달했고, 자기는 김씨가 주고 간 쇼핑백에 1억원이 담긴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파트 전세 계약금은 남씨가 강 의원 집에서 가져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당시 아파트 문간방에 시부상 부의금을 보관했는데, 남씨가 김씨에게서 받은 1억원도 이 방에 보관해뒀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당시 남씨는 집을 드나들며 지역 일을 봐주는 사이였는데 전세 계약금 전달도 남씨가 대리로 해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강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였을 때 보좌관에게 변기 수리를 맡겨 ‘갑질’ 논란이 일었었는데, 당시 변기 수리를 한 사람이 남씨였다고 한다.
그러나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이 3개월 동안 집에 있는데 강 의원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씨는 강 의원과 함께 한 카페에서 김씨를 만났지만 자기는 잠시 자리를 비워 돈이 오간 건 몰랐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김씨가 1억원을 준 사실은 그해 4월 20일에야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날 있었던 민주당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강 의원은 김씨 공천 여부를 두고 “(김씨가 아닌) 여성 청년으로 멋지게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씨가 강 의원에게 전화해 “여성 청년으로 선거를 멋지게 치르자고요?”라고 항의해 1억원 전달 내막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강 의원이 남씨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자 남씨는 “김씨가 공천이 탈락하면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 선물이라던 게 (사실) 돈이었다”고 했다고 한다.
그제서야 김씨가 두고 간 쇼핑백이 돈이었음을 인지했다는 게 강 의원 주장이다. 강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을 알았다면 ‘여성 청년’ 발언을 굳이 했겠느냐”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결국 4월 22일 강서구 제1선거구 서울시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됐다. 강 의원과 면담한 김병기 의원이 김씨 공천에 반대했는데도 김씨가 단수 공천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석연치 않다는 의심도 나온다. 강 의원은 경찰에서 “김씨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 점수가 나와 공천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은 민주당 지도부가 1억원을 받은 사실을 알고 결국 김씨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강 의원이 김씨에게 돈을 돌려준 시점은 그해 8월 중순이었다. 강 의원이 경찰 조사에서 “김씨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일식당에서 만나 1억원을 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의원은 그즈음 남씨를 면직 처리했다. 강 의원은 “남씨에게 여러 번 반환을 지시했음에도 ‘연락이 안 된다’ ‘집 주소를 모른다’고 해 반환이 지연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본지가 입수한 강 의원 후원 계좌 목록을 보면, 2022년 10월 8~11일 나흘간 후원금 8200만원이 한꺼번에 입금됐다. 후원자 17명 중 16명이 정치 후원금 최대 한도인 500만원씩을 보냈다. 강 의원은 지난 20일 경찰 조사에서 “확인해 봤더니 김씨 추천으로 돈을 보냈다고 해 즉시 반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실은 그해 11~12월 순차적으로 후원금을 반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2월 8~12일에도 5000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와 김씨가 ‘쪼개기 후원’을 시도했다고 판단하고, 즉시 전액 반환 조치를 했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가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직 서울시의원 A씨와 공천 뇌물을 건네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현역 국회의원 여럿을 언급하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김씨의 전직 보좌관이 사용한 PC를 제출받아보니 녹음 파일이 120여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명백한 무고”라고 했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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