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이 1년새 2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규제 강화로 매매 대신 전월세를 택하는 수요자가 늘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의무 등으로 전세 물건은 감소하면서 전셋값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11일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에 걸려있는 매물. 2026.01.11. kch0523@newsis.com /사진= |
4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입주장 속에서도 인근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가 요지부동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와 실거주 의무 부과 등 정부 정책이 최근 전세 대란의 주범이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정부 정책의 반작용으로 인해 '대단지 입주 시 전셋값이 하락한다'는 전통적인 공식마저 유명무실해졌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1% 상승하며 1년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현재 잠실 일대에서는 래미안 아이파크(2678가구), 잠실 르엘(1865가구) 등 약 4500여 가구 규모의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근 전세 시장은 가격 하락은커녕 매물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대단지 아파트 입주는 해당 단지와 주변 지역 아파트 전셋값을 낮추는 입주장 효과를 유발한다. 지난 2018년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 입주 때만 해도 강남권 전체 전셋값이 휘청였고 2024년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 입주 때도 강동구 전셋값이 12주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 전역에서 이런 입주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동대문구 이문파크자이(4169가구) 당시 인근 지역 전셋값은 변함없이 오름세를 유지했고 지난해 12월 더샵강동센트럴시티(670가구) 입주 때도 강동구 전세가격은 상승세를 반납하지 않았다.
서울 및 송파구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 추이/그래픽=김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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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공급부족·신축선호"…전세난의 악순환 고리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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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지 입주장 효과가 사라진 데에는 정부의 고강도 규제 여파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치르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으나 6·27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 이런 구조가 깨졌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서울 아파트 전체에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 것도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을 유발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신축 단지 전세가는 10억원을 웃도는 고가로 형성돼 있는데 대출 규제 탓에 이 보증금을 감당할 세입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며 "결국 자금력이 있는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실거주를 선택하거나 월세로 돌리면서 시장에 풀리는 전세 매물 자체가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을 사면 무조건 직접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신축 선호 현상까지 맞물려 집주인들이 실입주로 대거 돌아섰다"며 "기존 세입자들 또한 전세 매물이 없으니 계약갱신권을 사용해 눌러앉으면서 전세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
만성적인 공급 물량 부족도 전세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함 랩장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3만 2000가구에서 올해 1만 6000가구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잠실의 4500여 가구 공급은 시장의 갈증을 해소하기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인한 전세가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은 "대출이 막히고 (전세) 매물이 마른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점점 더 월세나 반전세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며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의 유연한 적용 등 근본적인 처방 없이는 전세 시장의 양극화와 가격 불안을 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미래 기자 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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