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째 11개부처 현장조사에 "합리·공정한 처분 촉구"
'괘씸죄'로 수위 높아져, 내부선 "초기대응 미흡" 자성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
"요즘 본사 근무자 10명 중 1명은 공무원이란 말이 돕니다."
최근 유통가에선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쿠팡 본사가 '미니 세종시'를 방불케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1월말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한 직후 착수한 정부 TF(태스크포스)의 고강도 합동조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관세청, 경찰 등 11개 부처 소속 수백 명의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불법혐의가 있는 대기업 조사를 위해 사법기관과 금융당국이 동시에 투입된 사례는 많았지만 이처럼 여러 부처가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쿠팡이 국민 정서를 자극해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유출 사건 이후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사과 시점이 매우 늦었고 국회 청문회에서도 미국 기업임을 강조하며 핵심질문을 회피해 여론이 악화했다"며 "정부와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정부가 대응수위를 높인 계기가 된 것같다"고 말했다.
쿠팡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은 본래 정보유출 사건이 핵심인데 산업재해 은폐나 정치권 로비 의혹, 납품업체 수수료 문제 등으로 조사범위가 확대된 것은 초기대응 실패 때문이라는 '자성론'이 나온다.
다만 과거 다른 기업의 정보유출 사건과 비교하면 과도하단 목소리도 있다. 정보보안은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지속적인 투자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문제인데 과거 뇌물이나 비자금 조성 같은 대형 스캔들처럼 다루는 건 불합리한 처사라는 것이다. 실제 정보유출 범위에 대해서도 쿠팡은 3000여명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개인정보위는 최소 3000만명이 넘는다며 맞선다. 쿠팡이 정보 유출자인 중국인 전 직원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주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글로벌 2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알리익스프레스도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해커가 셀러 정산금 86억원을 가로챈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최근에야 뒤늦게 알려졌지만 정부가 별다른 대처나 조사를 하지 않는 것도 차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고강도 조사가 길어지자 쿠팡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쿠팡 노조는 22일 성명을 내고 "최근 회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상황을 보며 쿠팡을 지켜온 현장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비호하거나 책임을 축소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개인정보보호 책임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제재로 회사 운영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그 결과로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소상공인의 판로가 막혀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쿠팡이 죽으면 알리, 테무가 산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는 이런 소문이 사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쿠팡에 대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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