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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채도 단조로운 형태도 겹겹이 쌓여 ‘새로운 울림’ 되다[Weekend 문화]

파이낸셜뉴스 유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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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채도 단조로운 형태도 겹겹이 쌓여 ‘새로운 울림’ 되다[Weekend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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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머핀 서울 ‘묵음의 리듬’ 내달까지
중견 작가 성낙희·이소정·한진作 전시
재료·스타일·주제 모두 달라 개성 뚜렷
진한 색 표현은 묘하게 닮아 흥미로워


성낙희 '센티언트 페이지'                                       이소정 '노지밀식'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 오른쪽에 한진의 '밤은 아직 기다려야 하고 낮은 이미 아니다'가 걸려있다. 리만머핀 제공

성낙희 '센티언트 페이지' 이소정 '노지밀식' 서울 용산구 리만머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 오른쪽에 한진의 '밤은 아직 기다려야 하고 낮은 이미 아니다'가 걸려있다. 리만머핀 제공


평면을 넘어 서로의 진동을 주고받는 한 전시 공간. 이 공간에서 작가들은 색과 형태를 통해 감정과 리듬의 새로운 진폭의 깊이를 서로 전달하는 시도를 했다. 전시장에 내걸린 이들의 작품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지만 우연과 필연, 질서와 무질서를 오가는 리드미컬한 감각을 내뿜어 서로를 공명한다.

신체적 감각과 자연의 운율을 소리 없는 추상화로 풀어낸 전시가 서울 용산에서 열린다. 리만머핀 서울은 '묵음의 리듬'전을 다음달 28일까지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추상 회화 작업을 하는 한국 중견 여성 작가 성낙희(55), 이소정(47), 한진(47)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다. 색과 형태를 통해 감정과 리듬을 전달하는 세 작가의 작업 방식에 주목해 기획된 것이다.

성낙희는 다채로운 색으로 화면 안에서 추상적 이미지의 움직임을 즉흥적 감각과 나름의 규칙으로 보여주는 작가다. 이번 출품된 작업에서도 화려한 색채로 컴퓨터 그래픽을 연상시키는 상상의 풍경을 만들었다. 지난 20년간 추상 회화를 지속해온 작가인 만큼, 리듬과 운율, 색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잘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도 붓의 자국이 드러나지 않는 매끄러운 그라디언트와 부드러운 화면이 특징이다.

지난해 신작들은 일상에서 포착한 흔적과 인상에 주목한다. 그는 "책이나 신문, 대화, 일상, 영화, 음악, 팟캐스트 등에서 느낀 점이나 마음에 맴돌던 인상에서 제목이 나오기도 한다"면서도 "다만 직접적이거나 직설적인 이미지 해석이나 설명으로 작업을 이끌 의도는 없다. 대부분 찰나의 의미에 가까워서 제목 자체에 큰 개념을 부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소정은 이전 작업의 파편들을 재료로 삼은 작품을 선보였다. '노지밀식'은 나무 패널 위에 예전 작품 조각들을 붙인 뒤 먹으로 덮고, 다시 금색 아크릴 물감으로 추상 형태를 그려 넣은 작품이다. 여러 겹이 쌓인 화면 속에서 자연스러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익숙한 사물과 풍경을 이미지의 은유로 삼아 불가해한 구조로 재편하며, 흩어진 종이에 검은 먹을 덧입혀 여러 작업을 파생시킨다. 검은색은 흔적을 덮으면서도 완전히 지우지 않는 형상의 출발점이 되고, 그 위에 더해진 금색의 조형은 이러한 전개를 확장하며 연작들이 재배치와 전환의 과정을 통해 서로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한진은 사라져 가는 대상과 쉽게 인식되지 않는 감각, '묵음'의 개념에 주목하며 기억과 감정 같은 비가시적 요소를 추상 회화로 시각화했다. 반복적으로 긁어내고 겹쳐 쌓은 선과 흔적은 현장 답사를 통해 축적된 복합적 감각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사유의 시간을 거쳐 연작으로 전개된다.

작업 과정에서 작가는 '갑자기'보다는 '이윽고', '마침내', '가까스로'에 가까운 상태를 지향했다고 한다. 이는 움직임과 멈춤이 공존하는 부동성에 대한 사유로 이어지며, 죽음이나 단절이 아닌 다음을 준비하는 균형 잡힌 고요, 즉 움직임을 머금은 정적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이런 사고가 이어진 '밤은 아직 기다려야 하고 낮은 이미 아니다'는 화면 중앙의 하늘색 구멍을 중심으로 빛이 모여드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다. 숲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 같기도 하고, 위에서 숲에 둘러싸인 호수를 내려다보는 듯 하기도 한다. 관람객에 따라 서로 다른 장면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세 작가의 작품들은 재료와 스타일, 주제도 제각각이지만 진한 색이 묘하게 닮아 보이는 순간이 있는 듯했다. 각기 다른 조형 언어는 하나의 공간에서 교차하며, 조용하지만 밀도 높은 감각적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맹지영 리만머핀 서울 큐레이터는 "세 작가의 작품에서 시각적인 리듬과 운율이 느껴진다"며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작품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운 울림을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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