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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집행력만 보고 고르면 손해, 임대인이 제소전화해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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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집행력만 보고 고르면 손해, 임대인이 제소전화해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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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상가 임대차 분쟁 상담을 하다 보면 임대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제소전화해와 공증을 같은 것으로 보고, 아무거나 선택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둘 다 집행력이 있다는 설명만 듣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선택 하나가 임대차 분쟁의 방향과 손실 규모를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임대차 관계에서 제소전화해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는 권리 주장용 문서가 아니라, 임대인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임대차 분쟁이 발생했을 때, 계약서의 내용을 그대로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구조가 중요합니다. 제소전화해는 그 구조를 만들어주는 수단입니다.

계약기간 만료나 임대료 3기 이상 연체는 대표적인 해지 사유입니다. 이 경우 임대인은 목적물 반환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임차인이 점유를 지속하는 사례는 매우 흔하게 발생합니다. 임대료를 수개월씩 연체하면서도 명도를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임대인의 대응 속도가 손실 규모를 결정합니다.

명도소송으로 가게 되면 보통 최소한 6개월 이상이 소요됩니다. 그 사이 공실 리스크와 금전적 손실은 전적으로 임대인의 부담입니다. 이 기간 동안 임대인은 임대료 손실뿐 아니라 관리 비용과 기회비용까지 함께 떠안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계약 초기부터 준비하는 문서가 제소전화해조서입니다. 분쟁 발생 시 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문서입니다.

제소전화해는 소송 전에 법원의 확인을 받아 합의 내용을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으로 만드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미리 작성해 두는 판결문이며, 그 자체로 집행권원이 됩니다. 별도의 소송 절차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임대차에 활용하면 임대료 3기 이상 연체 시 즉시 강제집행이 가능하고, 명도일을 어길 경우 바로 집행이 가능합니다.

내용증명이나 경고 수준의 대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실효성을 가집니다. 임대인의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줄여줍니다.


임대차 분쟁 예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시기입니다.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는 임차인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제소전화해는 반드시 쌍방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연체나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동의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임대차 분쟁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점은 계약 체결 단계입니다. 이때가 임차인의 동의를 확보하기 가장 쉽습니다.

그럼에도 공증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임대차 분쟁에서 공증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분명합니다.


공증은 기본적으로 금전채권 집행을 전제로 합니다. 또한 공증은 임대차 만료 6개월 전부터만 가능합니다. 통상적인 상가 임대차 계약이 2년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공증으로 대응하려면 이미 계약이 최소한 1년 6개월이 지난 후입니다.

이 시점에서 분쟁 조짐이 보인다면 합의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인이 주도권을 잡기엔 늦은 시기입니다.

반면 제소전화해는 계약 초기부터 언제든 진행할 수 있고, 시기 제한도 없습니다. 절차 역시 상대적으로 간결합니다.

물론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 가치가 높고 입지가 좋은 목적물이라면 임대인이 협상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화해 내용은 판사가 임대차보호법에 맞게 조정합니다. 일방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한 정상적인 임차인이라면 대부분 동의합니다. 끝내 거부한다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대인에게 중요한 것은 법리의 완성도가 아니라 속도입니다. 명도가 지연될수록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집행력이라는 결과만 보면 제소전화해와 공증은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활용 가능성은 전혀 다릅니다.

결국 임대차 분쟁을 대비하는 임대인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소전화해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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