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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로 읽어낸 분쟁·성장의 현대사[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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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로 읽어낸 분쟁·성장의 현대사[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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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제국의 미래
최지웅 지음
위즈덤하우스 | 348쪽 | 2만2000원

정상적인 국가와 최고 권력자라면 ‘성장 욕구’를 갖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민생이나 정치 안정은 헛구호에 그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성장 욕구를 실현하지 못하는 국가와 권력자의 미래는 어둡다. 그런 성장 욕구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원이자 변수가 석유이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시장경제 체제 도입을 비롯해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지만 민생은 파탄나고 정치는 혼란에 빠졌다. 석유시장은 침체기였고,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가 자국 석유 산업을 좌지우지하며 옐친의 발목을 잡았다. 반면 뒤이어 권좌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석유산업을 제대로 장악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때마침 유가가 상승해 산유국 러시아는 수년 동안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석유 통제권을 쥐었던 푸틴은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했던 옐친의 결말은 어두웠다.

성장의 엔진을 돌리는 석유를 둘러싸고 국가들은 충돌한다. 20세기 이후 국제 분쟁사는 석유 확보 다툼으로 점철됐다. 태평양전쟁, 중동전쟁, 아프카니스탄전쟁 등 수많은 분쟁의 이면에는 석유가 있었다. 이 때문에 석유를 ‘갈등의 씨앗’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석유는 때때로 갈등의 해결사도 된다. 가령 이스라엘은 해상에서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시추하면서 2010년 이후 성장 동력을 얻었다. 또한 이스라엘은 과거 앙숙이었던 이집트와 요르단에 가스를 수출했는데, 이는 역내 안정의 발판이 됐다. <석유 제국의 미래>는 석유라는 키워드로 분쟁과 성장 욕구의 현대사를 읽는다. 저자는 한국석유공사 출신의 석유 연구자이다.

온실가스·탄소 감축이 세계적 화두인 시대에 석유의 중요도는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장을 꿈꾸는 세계는 여전히 석유에 의존하고 있으며, 탄소 감축은 더디기만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거부한 배경에는 석유의 힘과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국제적 마찰을 감수하며 남중국해를 영위하려는 이유도 석유의 확보에 있다. 성장의 엔진을 돌리지 못하면 트럼프든 시진핑이든 옐친의 운명을 맞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영찬 선임기자 akira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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