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프랑스를 이렇게 대할 수 없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푸른색 파일럿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연단에 오른 모습. [AFP]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프랑스를 무시하거나 조롱하자 프랑스 야권이 이례적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외부의 적’에 맞서 일시적으로나마 내부 단결을 이루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마크롱 대통령의 스위스 다보스 포럼 연설 이후 프랑스에선 마크롱 대통령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이 무역을 통해 공개적으로 유럽을 약화하고 종속시키려고 경쟁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관세를 영토 주권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프랑스 등 유럽 8개국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프랑스는 미국과 갈등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참여에도 부정적 입장을 냈다.
그린란드나 평화위원회 문제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태클’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그는 곧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비웃었다.
다보스 포럼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20일 안구 문제로 선글라스를 쓰고 연설한 것까지 트집을 잡아 “그는 강경하게 보이려고 애썼다”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안하무인격 공격에 프랑스 정치인들은 발끈했다.
좌파 정당 플라스 퓌블리크의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누구도 우리 국가를 이렇게 대할 수 없다”며 정치권에 “분열을 넘어 우리는 단결해야 한다. 프랑스는 어떤 협박에도 굴복해선 안 된다”고 적었다.
그간 마크롱 대통령을 맹비난하면서 대통령직 사퇴를 공개 요구해온 극좌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도 20일 프랑스2 방송에 나와선 평화위원회에 프랑스가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찬성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범여권 모뎀은 엑스에서 “멜랑숑이 마침내 장노엘 바로(외무장관)의 입장에 합류했다. 그렇다. 유럽은 단호해야 하며 프랑스의 전략적 자율성 노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환영했다.
LFI만큼이나 마크롱 대통령을 앞장서 비판했던 극우 국민연합(RN)의 장필리프 탕기 의원도 LCI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선택한 사람이다. 외국의 공격이나 모욕에 맞서 그를 항상 방어할 것”이라고 뜻밖의 지지 발언을 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유럽의회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협박에 맞선 단호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르몽드는 일시적이나마 프랑스 정치권이 트럼프에 맞서 단결한 것을 두고 “우파와 극우 진영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찬사는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