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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총 1000조' 삼성전자의 남은 숙제

파이낸셜뉴스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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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총 1000조' 삼성전자의 남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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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산업부

임수빈 산업부

삼성전자가 한국 증시 사상 처음으로 22일 '시가총액 1000조원' 고지를 밟았다. 단일 기업 기준으로는 전례 없는 기록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가가 5만~6만원 선을 오르내리던 상황을 감안하면, 반등의 속도와 폭 모두 이례적이다. 주가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시장은 삼성전자를 다시 한 번 한국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올려놨다.

기록의 배경은 비교적 명확하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기점으로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회복됐고, 메모리 가격 반등과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맞물렸다.

삼성전자는 그 흐름의 중심에 있었고, 실적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 20조원, 연간 매출로는 330조원이라는 숫자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이 결과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단 이번 '시가총액 1000조원'은 향후 몇 년을 내다본 기대가 선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시장은 이미 'AI 이후' 국면까지를 가격에 반영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할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이 충분히 가시화돼 있느냐는 점이다. 내부적으로 삼성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에서 요구하는 처리 속도를 충족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메모리 사업은 분명 회복 국면에 올라선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전체 반도체 포트폴리오는 메모리 하나로만 설명되기엔 이미 너무 크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아우르는 비메모리 사업은 지난해에도 수조원대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대형 고객사 수주와 AI 인프라 투자 수혜가 실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실적발표와 경영진 설명을 통해 시장에 확인시켜야 하는 이유다. 완제품 사업부에선 글로벌 기업들이 주력으로 삼은 로봇 등 신사업은 여전히 방향성 제시에 머물러 있다. 기술 경쟁력이나 콘셉트 소개를 넘어 상용화 시점과 수익모델을 포함한 구체적인 사업 청사진이 필요하다.

시가총액 1000조원은 기업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지만, 동시에 가장 냉정한 요구이기도 하다. 시장은 이제 삼성전자에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넘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삼성전자가 반드시 가져가야 할 기술 좌표는 어디인지, 메모리 이후를 책임질 성장 축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도 필요하다. 시가총액 1000조원은 경영진에 주어진 트로피가 아니라 그 무게만큼의 설명을 요구하는 숫자다. 숫자는 충분히 올라왔다. 이제 그 숫자를 유지시킬 논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soup@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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