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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추가 주둔, 中·러 채굴 제한···트럼프 거래의 기술 또 통했다

서울경제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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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추가 주둔, 中·러 채굴 제한···트럼프 거래의 기술 또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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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와 그린란드 합의 틀 마련
압박으로 골든돔 배치 등 챙겨
대서양동맹 최악의 충돌은 피해
시장 안도, 뉴욕증시 1%대 반등
변덕에 언제든 긴장 고조 우려
덴마크 “美 야욕 여전” 경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를 전격 철회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그린란드 및 북극 지역 미래에 관한 합의 틀(framework)을 마련했다는 게 이유로 이날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최악의 충돌을 피하면서 뉴욕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관세와 무력 사용 옵션을 모두 배제하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애초 무리수로 여겨진 이들 조치가 협상을 염두에 둔 압박이었고 실제로 이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의 프레임에 그린란드 내 미군 추가 배치와 중국·러시아의 광물 개발 제한, 골든돔과 광물 채굴 협력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완성되면 미국과 모든 나토 국가에 큰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다음 달 1일 발효할 예정이던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낸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2월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린란드에 적용되는 골든돔(미국의 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해 추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논의가 진전됨에 따라 추가 정보가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합의한 틀에 따라 골든돔과 광물 채굴권에 관여할 것”이라며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계약의 유효기간에 대해 “영원히”라고 답했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프레임워크에 따라 동맹국, 특히 북극 7개국의 공동 노력을 통해 북극 안보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그린란드·미국 간의 협상은 러시아와 중국이 그린란드에서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한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그린란드에 무력은 사용하지 않겠다면서도 미국만이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으며 그린란드는 미국의 영토라는 강경 발언을 했다. 하지만 4시간 만에 관세를 철회했다.


대서양 동맹이 ‘최악의 충돌’로 치닫기 전 관세 철회가 이뤄지면서 전날 급락했던 뉴욕 증시는 반등했다. 트루스소셜 메시지 전 0.3% 정도 올랐던 뉴욕 3대 지수는 이후 1.6~1.8%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결국 다우지수가 1.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16%, 나스닥은 1.18% 오른 채 장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프레임워크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가운데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나토가 지지한 프레임워크에는 덴마크의 그린란드 통치권을 존중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뤼터 사무총장이 제안한 내용에는 1951년 미국과 덴마크가 체결한 ‘그린란드 방위 협정’ 개정이 들어갔다. 이 협정은 나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미국은 그린란드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방위 구역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뤼터 사무총장의 제안에는 그린란드 안보 강화, 북극 지역 내 나토 활동 확대, 원자재 관련 추가 작업, 골든돔 배치, 러시아와 중국의 ‘악의적 외부 영향력’ 대응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그린란드 위기는 현재로서는 진정된 듯 보이지만 변덕스러운 성격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실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반면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은 영토는 대화의 주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고히 하는 등 양측에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철회 발표 후에도 덴마크 정부는 “미국의 야욕이 여전하다”고 경계심을 드러냈고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 또한 “너무 일찍 희망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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