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 달할 정도로 살을 에는 추위가 이어진다. 이렇게 추운 겨울철, 손발이 차갑게 느껴질 때 많은 사람이 '수족냉증' 또는 '동상'을 의심한다. 하지만 단순히 냉증을 넘어 통증과 저림이 동반되거나 손발 색깔이 변했다면 피부괴사까지 일으키는 '레이노병'(레이노증후군)일 수 있다. 인구의 약 10%에서 발병하는 레이노병은 무슨 병일까.
레이노병(Raynaud's phenomenon)은 19세기 프랑스 의사 모리스 레이노(Maurice Raynaud)가 처음 보고한 질환이다. 추운 곳에 있을 때, 찬물에 손발을 담글 때, 스트레스에 몸이 노출될 때 손가락·발가락 혈관이 발작적으로 수축하면서 혈액 공급이 줄어들고, 이 때문에 피부색이 변한다.
처음엔 피가 잘 흐르지 않아 피부가 하얗게 변한 뒤,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10~15분간 파랗게 되고(청색증), 이후 혈관이 확장하며 빨간색으로 변한다. 이런 '피부색 변화 3단계'를 거치면서 △손발 저림 △찌르는 듯한 통증 △감각 저하 △냉감 등 증상이 동반된다.
레이노병은 기저질환 없이 나타나는 '일차성', 류마티스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이차성'으로 구분된다. 일차성 레이노병은 증상이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 경우다. 레이노병 환자 10명 중 7~8명은 일차성 레이노병에 해당한다. 일차성 레이노병은 젊은 여성에게 잘 발병하는데, 대부분 모든 손가락을 침범하고, 양손에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적잖으며, 통증이 비교적 가볍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낮다.
레이노병에 걸린 손가락의 3단계 색깔 변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반면 이차성 레이노병은 전신 경화증, 전신홍반 루푸스, 류마티스성 관절염, 쇼그렌증후군, 혼합결합조직병 같은 '원인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다. 이차성 레이노병은 일차성 레이노병보다 증상이 심하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 말초혈관의 괴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손가락·발가락 괴사가 발생하면 병변을 잘라내는 수술적 절단이 필요하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상완 교수는 "레이노증후군을 방치하면 혈류 차단이 반복돼 피부궤양이 생기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며 "심하면, 피부 괴사로 이어질 수 있어 상처가 생기거나 색 변화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진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이노병을 진단할 때 병원에선 환자가 추위에 노출될 때 피부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통증은 어떤지,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가항체 혈액검사(ANA, 질병 특이 항체), 손톱 주름 모세혈관 현미경 검사, 류마티스 질환 관련 혈액검사 등을 시행한다.
기저 질환이 없는 일차성 레이노병일 땐 대부분 증상이 가벼워 특별한 치료 없이 보존적 관리만으로 회복된다. 이대목동병원 류마티스내과 백인운 교수는 "레이노병을 막으려면 추위에 몸이 노출되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외출 시 장갑이나 두꺼운 양말을 착용하는 등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며 "다만 증상이 잦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혈관 확장을 돕는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뉴스1) 윤일지 기자 = 해군 특수전전단 해난구조전대(SSU) 심해잠수사들이 22일 경남 창원 진해군항에서 열린 혹한기 내한 훈련 중 입수한 뒤 함성을 지르고 있다. (공동취재) 2026.1.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창원=뉴스1) 윤일지 기자 |
이차성 레이노병일 땐 원인이 되는 약물이 있는지 확인해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기저 질환이 있다면 해당 질환의 치료와 함께 혈관 확장, 혈류 개선을 위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상완 교수는 "일차성은 합병증이 적은 편이지만, 이차성은 혈관 손상과 구조적 변화가 동반되어 심한 증상과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강조했다.
치료 및 예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혈관 수축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추운 곳에 갑자기 노출되지 않도록 장갑, 양말, 핫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손발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흡연은 말초혈관을 강하게 수축시키므로 금연은 필수다. 백 교수는 "흡연은 니코틴이 말초혈관을 수축해 증상을 악화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커피·초콜릿에 든 카페인도 혈관을 수축하므로 섭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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