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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찾은 K중후장대 리더들…'공급망 협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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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찾은 K중후장대 리더들…'공급망 협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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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기자]

2025년은 불확실성의 해였다. 관세와 수출 규제, 자원 무기화가 겹치며 국제경제를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2026년도 불확실성의 여파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연초부터 미국이 영토 확장 야욕을 드러내고, 중국은 일본을 향해 희토류 수출 통제 강수를 내걸었다. 특히 국제 정세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제조업계와 에너지업계의 희비가 시시각각 교차하고 있다.

세계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2026 다보스포럼이 스위스에서 열렸다. 올해 포럼에는 한국 제조업과 에너지 공급망을 상징하는 기업 총수들이 나란히 참석했다. 철강과 조선, 비철금속 등 실물 경제의 정점에 선 리더들이 다자 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국 기업의 글로벌 생존 전략이 '공급망 안정과 기술 협력'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인화·최윤범·정기선…제조업 CEO 총출동

다보스 포럼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1월 스위스 동부 휴양지 다보스에서 여는 연차총회다.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학계 인사 등이 모여 세계 경제와 정치, 산업 질서를 논의하는 다자 협의체 행사다.

올해 한국 기업 참석자들은 주로 중공업과 에너지 등 '중후장대'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장인화 포스코그룹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대표적이다.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과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현장 참석은 하지 않았지만 기고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22일 다보스 포럼에서 '마이닝 앤 메탈스 거버너스 미팅'에 참석해 기술 혁신을 통한 철강 탈탄소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회장의 행보는 포스코가 추진해온 '자원 확보형 투자'와 맞닿아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APEC CEO 서밋 기조 연설에서도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다자간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호주 리튬 광산과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해 우량 리튬 자원 확보에 나선다고 발표한 사례를 들 수 있다. 특히 살데오로 프로젝트라 명명된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은 총 3단계에 걸쳐 연산 10만톤 규모 리튬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번 포럼에서도 해당 사례를 공급망 협력 사례의 예시로 들 전망이다.

더불어 포스코그룹은 다보스 포럼 현장에서 포스코 파빌리온을 운영해 비즈니스 미팅을 지원하고 수소환원제철 등 기술을 알렸다. 장 회장의 포럼 참석은 철강 탄소 규제 대응을 넘어 배터리 원료와 에너지 전환까지 묶은 공급망 전략을 글로벌 무대에서 설명하는 연장선인 셈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핵심 광물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투자' 세션 공식 연사로 나서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과 투자 전략을 공유했다.

그는 다보스 포럼 공식 웹사이트에 '순환 경제로 청정 에너지 공급망 강화' 기고문도 게재했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 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 광물 공급을 강화해야 하며, 사용 후 배터리 등에서 금속을 회수·재활용하는 순환경제가 안정적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의 이러한 행보의 배경엔 '대미 투자'가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2월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출을 통제하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안티모니와 게르마늄 등 주요 소재의 대미 공급망을 대체하겠다는 포부다. 이번 포럼에는 미국 주요 정부 관료들이 대거 참석한 만큼 제련소 프로젝트를 비롯한 미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추가로 논의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경우 미래 기술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현장에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와 회동하고 AI 협력 확대를 공식화했다. 양사 협력 범위를 넓히고, 데이터 분석과 AI 활용 역량 내재화를 위한 협업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HD현대는 2021년 HD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조선·해양 에너지 건설기계 등 핵심 사업에 팔란티어의 빅데이터 솔루션과 인공지능 플랫폼(AIP)을 도입해 왔다.

현재 HD현대는 자율운항 솔루션을 적극 개발하는 한편 스마트 조선소 등 다양한 AI 연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팔란티어와의 협력 확대를 이뤄내고, 초격차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의 연장선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이밖에도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다보스 포럼 웹사이트에 '전기 추진 선박 해양 생태계' 기고문을 게재했다. ESS 인프라 확충과 조선소, 항만 관계자, 에너지 공급자, 정책입안자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공급망 급한 기업만 집중…국제 정치 행사로 변모한 다보스

올해 포럼 참석 기업들의 공통점은 탄소 규제, 핵심광물 확보, 조달처 다변화, 현지 투자 요구에 동시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동시에 피지컬 AI 시대 기술 혁신에 도전한다는 공감대도 존재한다. 마침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요 의제는 에너지 전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지정학 리스크 등 이들과 밀접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반면 국내 4대그룹 총수들은 3년 연속 다보스 포럼에 불참했다. 오히려 연초 주요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현장경영에 더 신경쓰는 모양새다. 높은 다보스포럼 참가비와 총수 일정 조정을 부담할 정도로 포럼 자체의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있다. 이들은 지난 2023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현장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친 바 있으나, 어디까지나 특수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포럼의 논의가 실무진의 개별 미팅과 협의로 대체되는 분위기도 4대그룹 총수들의 불참 결정에 무게를 실었다.


현장의 큰 흐름 역시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국제회의로 가닥이 잡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 때문이다. 이에 맞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 65개국 정상이 총집합했다.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기 위함이다.

다행히 본 회담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간 합의가 도출되면서, 당초 미국이 예고했던 관세 인상이나 군사 개입 위협은 사그라들었다. 그러냐 이 과정에서 경제·공급망 협력 등 기업의 생존 경쟁과 직결된 사안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곧 생존과 직결된 중후장대 기업 총수들만 의제 설정자 역할을 자처하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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