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
그러나, 피지컬 AI가 산업에 실제로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느냐를 본다면 우리가 결코 미국, 유럽, 중국에 비해 앞서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전통적인 로봇의 도입률은 우리 나라가 단연 최상위권이지만, AI가 주 엔진으로 활용되는 피지컬 AI 단계의 로봇을 도입한 비율은 얼마나 될지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 것일까?
첫째, 한국은 피지컬 AI의 역량을 완벽에 가깝게 다듬어줄 데이터 확보-학습-적용 플랫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은 로봇의 '바디'를 만드는 데에만 집착하고 있지만, 그 로봇 몸체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경험(시행착오)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함으로써 집단 지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뒤처져 있다고 하겠다. 테슬라, 웨이모,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로보틱스 기업들은 실작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이를 다시 AI 모델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앞서 나가고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초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확률이 높다. 현장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엔비디아나 지멘스와 같은 기업은 일종의 디지털 트윈을 통해 물리적 공간이 아닌 시뮬레이션상에서 수만 번 실패하고 그 오류를 교정하는 과정을 담은 데이터를 축적해 현실세계에서도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통해 로봇이 보고, 이해하고, 행동하는 통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서비스 이용 현장과 작업장에서 산출되는 모든 데이터를 AI가 학습 가능한 형태로 표준화하고, 신속하게 학습하며, 자유롭게 공유할 때가 됐다.
둘째, 해외 주요 기업들이 어떤 용도에도 사용가능한 범용 피지컬 AI를 지향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추세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차라리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피지컬 AI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미진한 실정이다. 여기서 버티컬은 반도체 산업에 바로 활용 가능한 로봇 체계, 배터리 산업의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정밀 로봇 체계, 조선산업에서 극도의 완전성을 요구하는 작업을 지원할 수 있는 로봇 등 글로벌 경쟁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로봇이라고 하겠다. 여기에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관련 업계의 협업과 각성이 필요하다. 로봇 HW 제조사가 자체 운용체계와 AI 모델만을 고집해서 생태계의 폐쇄성을 유지하려 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잠시 독점성을 유지할 가능성은 있으나 곧 경쟁업체의 더 나은 플랫폼에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폐쇄성을 포기하고 우리가 만드는 최고 수준의 HW가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모델과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ISO) 등에 제정하는 기술표준과 안전규격에 부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표준의 제정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단기간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국토를 규제완화 샌드박스로 만들겠다는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 이제 CES에 단순히 등장하는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우리 기술로 실제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현장기반 혁신을 해야 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