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성 같다 대표 |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택소노미(Taxonomy)'가 있다. 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가'를 판단하는 녹색분류체계다. 유럽연합(EU)이 선도하고, 한국도 2021년 K택소노미를 발표하며 이 흐름에 합류했다. 2024년 12월에는 순환경제 분야를 대폭 강화한 개정안이 나오기도 했다. 폐기물 열분해 기술, 다회용기 서비스 등 자원순환 활동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정식 인정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우리 단체 혹은 회사가 순환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누가 어떻게 믿을 것인가?
택소노미는 단순히 '이것은 녹색, 저것은 회색'으로 나누는 분류표가 아니다. 실제로는 '무엇이 환경에 기여하는가'를 측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 체계를 요구한다. 사회·환경·지배구조(ESG) 공시가 의무화되고 녹색금융이 확대되면서, 이제 기업은 “우리가 줄인 탄소는 몇 톤인가” “재활용률은 얼마나 향상됐나”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형식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데이터로 입증 가능한 실질적 성과가 평가의 기준이 되는 시대다.
그렇다면 그 데이터는 어디서 나올까? 제조업이라면 공장의 에너지 사용량, 금융업이라면 녹색채권 발행 실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는? 시민의 일상은?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우리가 매일 버리는 폐기물 속이다.
같다가 운영하는 폐기물 수거 플랫폼 '빼기'는 현재 80개 지자체, 230만 명의 사용자와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빼기가 수행하는 업무는 단순한 폐기물 데이터의 추적관리를 넘어선다. K택소노미가 요구하는 탄소절감과 자원순환에 동참하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폐기물의 재사용, 재순환을 위한 자원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민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형 폐기물 사진을 올리고 배출 신청을 하는 순간, 그 데이터는 단순한 수거 요청을 넘어선다.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품목을 분류하고, 재사용 가능 여부를 판단해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하는 거래를 중개한다.
둘째, 폐기물 배출정보를 바탕으로 한 수거차량의 이동최적화를 통해 탄소를 절감한다. 어떤 품목이, 어느 지역에서, 언제, 어떤 상태로 배출되는지가 기록되면, 수거 차량의 최적 동선이 설계되고, 불필요한 운행이 줄어들며,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감소한다.
셋째, 수기로 작업하는 다양한 현장(개인, 기업, 지자체, 정부)의 디지털전환을 통해 탄소를 절감한다. 디지털화된 폐기물 관리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전체 순환경제 생태계의 탄소 발자국을 줄인다.
이렇듯 실질적인 행동과 데이터가 산업의 발전을 이끈다. 지난 5년간 빼기는 총 1만7520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했고, 4500톤의 폐기물을 감소시켰다. 총 21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한 성과가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K택소노미가 요구하는 측정 가능한 환경 기여도의 증명이다.
이 데이터는 지자체에게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된다. “우리 지역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가구는 무엇인가”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가”를 감이 아닌 숫자로 판단할 수 있다. 동시에 이 데이터는 ESG 공시에서도 활용된다. 기업이 “우리는 폐기물을 줄이고 순환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할 때, 이제 그 근거를 실제 배출량, 재사용률, 탄소 감축량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된다.
택소노미가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선언이 아니라 데이터, 의도가 아니라 결과, 슬로건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성과다.
고재성 같다 대표 james.ko@gat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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