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노조 및 한마음협의회 "직원 87% 동의, 3000억원 수혈 시급" vs 마트노조 "대출 신청도 안 한 대국민 사기극"
기업 회생 절차 10개월 차에 접어든 홈플러스가 임금 체불, 협력업체 공급 중단, 세금 체납까지 겹치며 벼랑 끝에 섰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사측과 노조가 모여 좌담회를 열고 회생계획안을 검토했지만 회생 방안을 두고 노조간 심각한 갈등이 노출됐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달 21일 예정됐던 직원 월급을 체불했다. 지난달도 월급을 두 번에 나눠 지급하는 한편 전국 수십여 점포가 세금을 체납하며 압류 절차를 밟는 등 재정난에 빠진 상황이다. 납품대금 지금이 막히며 식품사들로부터 물품 공급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납품 물량은 지난해 대비 45% 수준이다.
생존을 위협받자 일반노조와 한마음협의회를 포함한 직원 중 87%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에 조건부 동의 의견을 표했다. 지난달 29일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과 40여개 적자 점포 폐점 등을 골자로 한다. 사측은 이를 근거로 3000억원 규모 긴급 운영자금(DIP) 지원을 요청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1000억원을 내는 한편 채권단인 메리츠증권과 산업은행이 각각 1000억원씩을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반면 마트노조는 회생계획안에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 마트노조는 이번 회생계획안이 홈플러스의 자생력을 파괴하는 기획된 청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계획안의 핵심인 자산 매각이 실행될 경우 회사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마트노조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알짜 사업부인 익스프레스와 흑자 매장을 헐값에 매각하고 나면, 남은 것은 경쟁력을 상실한 80여 개 '껍데기 점포'뿐"이라며 "이 상태의 회사를 인수할 곳은 없다. 결국 이는 회생이 아니라 MBK의 안전한 투자금 회수를 돕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하루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열린 홈플러스 좌담회에선 마트노조와 일반노조 간 갈등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이종성 일반노조 위원장이 "고용이 확실하게 담보된다면 일반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구조혁신 계획안에 동참하겠다"고 밝히자 몇몇 마트노조 노조원은 야유하거나 이 위원장을 향해 어용이라고 외치며 반발했다.
업계는 설 연휴가 포함된 2월을 홈플러스 생존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사측과 한마음협의회는 "전체 직원의 87%가 동의한 구조혁신안만이 유일한 살길"이라며 "노조의 반대로 긴급 운영자금(DIP) 3000억 원 투입이 지연되면 협력사 연쇄 도산 등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금이 적기에 수혈될 경우 3년 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을 통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호소했다.
반면 마트노조는 이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일축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은 대출 요청조차 받은 적 없다"고 확인한 점을 들어, 사측의 자금난 호소가 MBK의 먹튀를 가리기 위한 거짓 명분이라고 비난했다. 마트노조 측은 "알짜 사업부만 팔아치우려는 기획 청산을 즉각 중단하고, 캠코나 유암코 등 공공기관이 개입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전환해야 고용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0만명의 고용이 걸린 회생계획안을 두고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협력사 이탈과 점포 압류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