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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검 ‘별건 수사 논란’ 부른 국토부 서기관 뇌물 사건... 법원, 공소기각

조선일보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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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검 ‘별건 수사 논란’ 부른 국토부 서기관 뇌물 사건... 법원, 공소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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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검팀의 ‘별건 수사’ 논란이 불거졌던 국토부 서기관 김모씨의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 법원이 22일 특검의 수사·기소가 위법했다고 보고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에선 “특검의 무리한 수사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뉴스1

서울중앙지법./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해 “특검 수사 대상인 양평 고속도로 사건과, 용역업체 대표에게서 뇌물을 받았다는 이 사건은 연관성이 전혀 없다”며 특검의 공소를 기각했다. 공소 기각이란 공소 제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유무죄 판단 없이 소송을 끝내는 절차다. 구속 수감돼 있던 김씨는 곧바로 석방됐다.

특검은 양평 고속도로 사건으로 김씨를 지난해 7월 14일 압수 수색했다. 이후 김씨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다가 김씨가 용역업체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발견했고, 별도의 압수 영장을 발부받아 이 파일들을 확보했다. 법조계에선 “별건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특검은 김건희 특검법에 수사 대상으로 규정된 양평 고속도로 사건을 수사하다 뇌물 수수 범행을 인지했고, 관련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며 김씨를 재판에 넘긴 것이다.

◇재판부 “공통 증거 없고, 혐의도 달라”

재판부는 그러나 두 사건 사이에 ‘합리적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평 고속도로 사건을 수사하던 중 뇌물 범행을 인지한 것은 맞으나, 범행 시점이나 혐의의 종류, 관련자 등을 살펴보면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작년 9월 개정된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중 인지한 관련 범죄를 수사하려면 공통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나, 통화 녹음 파일은 두 사건(뇌물과 배임)의 공통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검은 두 사건의 통화 녹음 파일이 김씨 휴대전화라는 공통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압수 수색 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으로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전자 정보’가 기재돼 있을 뿐, 휴대전화는 압수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국토부 도로정책과에서 근무하던 2022년 양평 고속도로 사건이 있었고, 뇌물 범행은 김씨가 원주국토관리청 도로관리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2023년 6월~2024년 11월에 벌어진 점에도 주목했다. 시간과 장소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양평 고속도로 사건 관련 김씨의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상 배임 등이어서 뇌물 범행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봤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작년 7월 14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뉴스1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작년 7월 14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뉴스1


재판부는 한 명이 저지른 범죄라는 이유만으로 사건들 사이의 관련성이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컨대 김씨가 마약이나 성범죄 등을 저질렀다고 해서 특검이 이까지 수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1인이 범한 수죄(數罪)라는 사정만으로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된다고 보면, ‘특정 사건의 진상 규명’이라는 특검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범위까지도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장 “특검법 또 시행... 이런 사안 없어야”

이날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형사22부 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주문을 낭독하며 선고를 마친 뒤에도 발언을 이어갔다. 조 부장판사는 “특검법이 또 시행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안은 없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2차 종합특검법이 시행된 상황에서 새로 꾸려질 특검팀이 법이 정한 범위를 넘은 별건 수사를 벌이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조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김씨를 질책하기도 했다. 조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죄가 경미해 공소기각 판결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수사와 재판이 다시 진행되면 반드시 충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소기각 판결의 경우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검찰이 다시 김씨를 재판에 넘길 수 있다.


김건희 특검은 이 같은 별건 수사 논란 외에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조사받은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강압 수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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