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거래의 기술'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설하는 모습./사진=로이터 |
"트럼프가 또 '타코'(TACO)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관련 유럽 국가들에 대한 추가 관세 계획을 철회하자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TACO'는 '트럼프는 항상 겁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으로, '관세 폭탄'을 비롯한 충격적인 정책을 발표한 뒤 나중에 이를 철회하거나 축소하는 일을 가리킨다.
2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집권 2기 취임 1년새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는 굵직한 것만 해도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당초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8개국에 대해 오는 2월1일부터 10% 추가 관세를 물리고 6월1일부터는 이를 2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1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동한 뒤 "오는 2월1일 발효 예정이었던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밝혔다.
'트럼프의 타코'는 일정 패턴을 보인다. 터무니없어보이는 요구로 관심을 끈 다음, 요구사항을 늘리거나 강화하며 지속적으로 논란을 만든다. 상대방이 협상에 응하거나 시장이 자신의 발언에 충격을 받으면 발언을 번복하거나 요구사항을 줄인다.
첫 번째 '타코'는 지난해 4월 이른바 '해방의 날' 이후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 57개국에 '관세 전쟁'을 선포하면서 10~49%의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 주식·채권 시장이 폭락하자 해당 관세안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5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금융 칼럼니스트 로버트 암스트롱이 '타코'를 쓰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중국이 타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중국 관세를 145%까지 올리며 무역 전쟁 수위를 높였다. 그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과 고위급 회담을 갖고 관세 인하에 합의한 뒤 관세와 관련한 행정명령 3건을 조정·철회했다.
(부산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만나 회담하기 전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2025.10.3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 로이터=뉴스1) 강민경 기자 |
세 번째는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협상 속도가 느리다며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이틀 만에 관세 시행일을 유예했다. 당시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타코'라는 말을 듣고 발끈했다. 그는 "내가 물러선다니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면서 "EU가 전화를 걸어 '제발 지금 당장 만나자'고 해서 '기다려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덜 주목받은 사례를 더하면 '타코'는 더욱 잦았다는 게 외신 평가다. 올 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탈리아산 파스타에 부과하려던 관세를 최대 90%포인트가량 낮췄다. 올해부터 시행하려 했던 가구 관세 인상 계획을 1년 뒤로 미뤘다.
이처럼 '타코'는 조롱섞인 신조어이고 인터넷에는 각종 밈이 넘친다.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의 그린란드 요구를 "이해 못하겠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그러나 그린란드 '합의틀'로 이어진 이번 사례는 거래의 기술로 볼 측면이 있다. 무리하다 싶은 그린란드 병합 주장이 결국 나토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냈다. 때마침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나토 및 나토 회원국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과 극적인 타결을 이룬 모양새가 됐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