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방송 ‘매불쇼’ 갈무리 |
22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코스피 5000’ 시대가 현실화하면서, 공약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던 야권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가 개장 46년 만에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0을 돌파하자 여야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문금주 원내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바로잡기 위한 일관된 정책 기조가 축적된 결과”라며 반색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안에선 지도부를 비롯해 소속 의원들의 자축 글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의 침묵은 코스피 5000에 회의적이었던 그간의 태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위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정부는 입으로 코스피 5000을 외치고 있지만 단호하게 말씀드린다. 민주노총에 사로잡힌 이재명 정부는 절대 코스피 5000을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계속해서 코스피 5000과 거꾸로 가는 입법들만 밀어붙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경제내란법”이라며 반대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주가지수 상승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지난해 4월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을 때도, 국민의힘은 “허황된 얘기”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한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비판하면서 “기본적인 부분을 가장 악화시키는 사람이 주식을 5000까지 올리겠다는 건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나경원 의원도 “최근 반시장, 반기업 디엔에이(DNA) 이재명 후보가 코스피 5000시대라는 허황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마치 신기루 같다”며 “이재명식 코스피 5000은 모래 위의 성”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주가지수는 구호로 오르지 않는다. 기업의 피땀 어린 가치 성장, 튼튼한 경제 기초 체력, 그리고 시장의 신뢰가 쌓여야 가능하다”며 “이재명 후보의 코스피 5000 약속은 마치 기초공사는 생략한 채 화려한 2층, 3층 집을 올리겠다는 말과 같다”고도 했다.
한 달 뒤 열린 대선후보 티브이(TV) 토론회에서도 “5000까지 가겠다고 말하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김 전 장관),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한다”(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선후보) 같은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당시 코스피는 2000대였던 만큼,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새 정부 취임 뒤 코스피가 상승세를 탔을 때도 야당은 “개업빨”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하다가 결국 가장 크게 망하는 사람은 바로 처음 운으로 돈을 번 사람이다. 흔히 ‘신참자의 운', ‘개업빨'이라고 한다”며 “초반에 운 좋게 돈을 벌면 사람은 흥분한다. 마치 내가 워런 버핏이라도 된 듯 착각한다. 그러다 결국 브레이크 풀린 차처럼 폭주하다가 크게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는 지금 이재명 정권이 그런 개업빨 정부가 되지 않길 바란다. 계엄 정국이라는 구조적 눌림목이 풀린 것을 자기 실력으로 착각하고 폭주하면 안 된다”며 “코스피가 어디까지 빠져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라고도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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