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 최강록 / 사진=넷플릭스 |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2013년 Olive '마스터셰프 코리아 2'(이하 '마셰코2') 우승, 2024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이하 '흑백요리사2') 우승. 서바이벌에서 우승만 두 번을 차지한 희대의 인물이다. '마성의 매력' 최강록이 써 내려간 한 편의 드라마는 시청자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중도 탈락한 시즌1에서도, 우승을 거둔 시즌2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이었다.
'흑백요리사2'는 오직 맛으로 계급을 뒤집으려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이를 지키려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이 펼치는 불꽃 튀는 요리 계급 전쟁. 시즌1에 이어 2까지 2년 연속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1위를 차지하며 요리 예능 열풍을 이끌었다. 시즌1 '백수저'로 출연한 최강록은 '히든 백수저'로 재도전, 우승을 거머쥐는 대서사를 완성했다.
먼저 "PD님께서 시즌1 당시 '불쏘시개가 되어보지 않겠냐'고 출연을 제안하셨다. 그땐 외식업이 침체된 분위기가 확실히 있었다. 시즌2에선 '완전 연소해보지 않겠냐'고 물으셨다. '마셰코2'를 우승하고 십수 년이 지난 뒤, 스스로 고인물에서 썩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불타서 없어지는 좋은 결말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기회를 주셔서 참가하게 됐다"며 재도전 계기를 밝혔다.
시즌1 당시 참가자들은 정확한 프로그램명도, 출연진도, 백수저와 흑수저의 대결 구도란 점도 모른 채 참여했다. 시즌2에 다시 나온 최강록과 김도윤도 다를 바 없었다. 히든 백수저란 이름도, 1라운드에서 심사위원 두 명 모두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등장 직전 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굉장히 공포스러웠고, 무르고 싶었다. 그런데 조리대가 바닥에서 올라오게끔 만드신 걸 보고 생각을 접었다. 돈을 많이 들이신 것 같은데, 무르면 안 될 것 같았다."
시즌1 팀전에서 탈락한 뒤 패자부활에 실패했던 최강록. 재도전에선 팀전 승리를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단다. "첫 번째 목표는 1라운드 생존이었고, 팀전을 극복하는 게 제 나름의 결승 지점이었다. 팀전은 본인이 안 뛰더라도 세 게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였다. 진이 빠질 정도로 정말 쫄깃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팀전이 제일 힘들었다. 싸우지 않고, 욕하지 않으면 잘할 수 있을 거다."
1라운드에서 선보인 민물장어 조림에 대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이 얘기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가수 고(故) 신해철 님을 굉장히 좋아한다. 시즌1에 '인생을 담은 요리' 미션이 있지 않았나. 만약 제가 올라갔다면 고인의 곡명처럼 '민물장어의 꿈'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즌2를 장어 요리로 시작했다."
최강록은 '무한 요리 천국' 미션에서 무시즈시(찐 초밥)으로 최고점을 획득, 결승 직행에 성공했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은 '무한 요리 지옥'에서 당근을 이용해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대결을 이어갔다. "당근 지옥에 갔다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던 그는 "시즌1 때 두부 지옥을 경험해보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엔 어떤 재료가 나오든 지옥을 꼭 겪어보겠다는 다짐으로 임했다. 이번에도 아쉬움은 조금 있지만, 안 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우승을 코앞에 둔 시점, 결승전의 주제는 '나를 위한 요리'였다. 최강록은 정확한 음식명이 존재하지 않는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를 만들었다. "어떤 미션이 주어지냐에 따라 셰프들의 음식이 달라진다. 주제를 들었을 때 심사위원 눈치를 안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자유도를 얻은 느낌이었다. 제가 '마셰코2' 당시 조림을 잘하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스스로 잘하는 척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았던 시절이 있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미션 덕에 자기고백을 할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아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미션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음식이다. 직원식(Staff Meal)이라 보면 된다. 재료를 따로 주문해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남는 재료를 이용해 요리한다. 내일 쓰지 못할 식재료인데 버릴 순 없고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들을 넣은 음식이었다. 성게알, 송이버섯처럼 비싼 재료도 들어갔다. 이런 게 있는 날은 행운"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20대 초반엔 두부를 쑬 때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는데, 체력이 점점 약해지는 게 느껴지더라. 어느 순간 몸이 아팠다. 그 깨두부를 통해 난 아직도 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요리와 함께 곁들인 '빨간 뚜껑 소주'도 언급했다. "빨간 뚜껑은 개인적인 취향이다. 평소에도 그 정도 도수의 술을 마신다. 제겐 하루를 정리하는 의미의 노동주다. 한 잔 마시면 잠들 수 있는 술인 거다. 여기에서 말하는 한 잔은 글라스다. 결승전 당시 음식은 한 입 먹고 남겼는데 소주는 맛있더라."
재도전으로 '완전 연소'한 최강록. 히든 백수저로 나온 만큼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했단다. "시즌1과 같은 기분으로 임할 순 없었다. 나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제가 또 한 자리를 차지했지 않나. 값지게 메우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강레오, 안성재 셰프님 같은 분들뿐만 아니라 손님들에게 칭찬을 받아도 기분이 좋은 건 매한가지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쪼그라들 때 시즌1에선 여경래 셰프님을, 시즌2에선 후덕죽 셰프님을 보고 허벅지를 꼬집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약해지지 말자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함께 싸운 셰프들을 향한 '리스펙'도 표현했다. "제가 잘해서 우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리괴물(이하성 셰프)님은 대단한 스킬을 갖고 음식을 만드시는 분이다. 어느 분이건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나오셨다고 느꼈다."
방송 내내 스포일러 문제로 몸살을 앓은 '흑백요리사2'. 우승자인 본인도 꽤 난감했을 터였다. "짐을 꽁꽁 싸서 숨어야겠구나 싶었다. 숨어 있으면 지나가겠지 했는데 그렇게 6개월이 흘렀더라."
두 시즌을 거치는 동안 "나야, 들기름" "떨어지면 1년 동안 인터넷을 안 하면 된다" "을!" "친구야. 싸우지 말자, 욕하지 말자" 등 수많은 어록을 남긴 그다. '혹시 미리 준비를 해오냐'는 질문이 나오자, "'을!' 이런 걸 준비를 할 수가 있겠나"라고 부인해 웃음을 안겼다.
최강록은 이전 시즌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타 출연자들에 비해 별다른 활동이 없었고, 얼마 안 가 운영하던 '식당네오'도 문을 닫았다. "폐업이란 말은 상당히 섬뜩하다"던 그는 "기대감을 갖고 손님들이 많이 오셨는데, 그냥 정해진 수순대로 간 거다. 사실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을 줄 몰랐다. 어쨌든 살아야 하지 않나. 생계는 유지해야 하니 지난해 웹예능 '식덕후'를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도 식당 오픈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년에 국숫집을 작게 하나 하고 싶다. 우승 상금은 3억 원은 그때 보태 쓰려고 한다."
'마셰코2' 우승 당시 "요리는 삶의 절반 이상, 51%였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52%가 됐다"고 밝힌 최강록. "이제 '흑백요리사2'를 거쳐 53%가 됐다"며 완벽한 수미상관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