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모호성에는 한계 있어…중·일 압박 반복되면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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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도 곧 대만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설정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22일 이동규·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과 한국에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도 존립 위기 사태" 발언 이후 중일 갈등이 격화하고 있으며, 이 갈등은 각국의 국내정치적 요인과 미국과의 관계, 역내 주도권 확보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갈등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위원들은 중국이 인도·태평양 및 동북아 지역 내 미국 중심의 동맹 네트워크의 역할 확대를 견제하고 양안관계(兩岸關係)에서의 우위와 시진핑 체제의 정치적 권위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 역시 대만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는 국내적 지지가 높은 상황에서 역내 안보 질서 수호와 자국의 이해가 걸린 대만 문제에 대해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중일 갈등이 지속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한국의 국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위원들은 지적했다. 대만해협은 한국 해상 물동량의 약 33%가 통과하는 주요 항로로, 이 지역의 불안정은 공급망 차질과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이나 중일 간 군사적 갈등은 주한미군 전력 운용과 한반도 방위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변수로 제시했다.
연구위원들은 중일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명확한 입장을 설정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중국과 일본 모두로부터 외교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일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오히려 양국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연구위원들은 한국 정부가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존중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및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국제법 준수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원칙을 세워 중국에게는 한국이 대만 문제에서 원칙에 기반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정치적·경제적 압박의 명분을 차단하고, 일본에게는 국제법과 규범을 공유하는 가치 협력국이라는 틀 안에서 안보·공급망 협력을 추진하되 민감 현안에서는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할 수 있다고 연구위원들은 제언했다.
아울러 연구위원들은 중국의 대일 경제 압박 사례가 한국에게도 적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일본을 상대로 여행 자제, 수입 금지,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 등 경제적 압박 조치를 시행해 왔는데, 이러한 조치가 향후 다른 국가를 상대로도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면서 일본이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사태 이후 공급망 다변화와 경제 복원력을 강화해 온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대응은 한국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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