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억 달러 유치한 에어로팜은 왜 무너졌나… 화려한 성장 뒤 숨겨진 구조적 모순
- 토마토가 아닌 데이터를 팔아야 산다… 밸류체인 재편으로 찾은 생존 공식
ⓒTech42 |
같은 시기,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스마트팜 시장이 2026년 32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연평균 성장률 12퍼센트에서 15퍼센트의 고속 성장 산업이라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투자자들이 45조 원 시장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동시에, 실제 스마트팜 기업들이 대규모로 무너지는 이 모순된 풍경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단순한 일시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스마트팜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내재된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신호탄이다.
■ 작물 판매만으로는 절대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
에어로팜의 실패를 분석한 업계 보고서는 핵심 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작물 판매만으로는 절대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수직농장의 운영 구조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명확해진다. 전기료가 운영비의 30%에서 40%를 차지한다. LED 조명을 24시간 가동하고 냉난방 시스템을 운영하며 환기 장치를 돌리는 데 천문학적인 전력이 소모된다. 한 실내농장 운영자는 토로한다. "1킬로그램의 채소를 생산하는 데 드는 전기료가 그 채소의 판매가격과 비슷합니다."
초기 투자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 1만 평 규모 수직농장 구축에는 최소 100억 원에서 최대 500억 원이 소요된다. 이는 평당 100만 원에서 5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일반 스마트온실의 평당 50만 원에서 80만 원과 비교하면 2배에서 10배 수준이다. 앱하비스트는 켄터키주에 2,800만 평방피트(약 78만평) 규모의 대규모 온실 4개를 건설했다. 총 투자액은 5억 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매출은 연간 2,0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배 이상의 매출이 필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 금리 인상은 자본집약적 스마트팜 산업에 치명타를 입혔다. 금리가 0%대에서 5%대로 급등하자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다. 추가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기존 부채의 이자 부담이 급증했다. 성장을 위한 적자가 용인되던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즉각적인 수익성을 요구하는 고금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에어로팜의 경우 1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었는데, 금리 상승으로 연간 이자 부담만 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는 규모였다.
파산한 수직농장들의 공통점은 상추와 케일 같은 대중적 채소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들 작물은 수요는 크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마진이 낮다. 실제 미국 슈퍼마켓에서 유기농 상추 한 봉지는 3달러에서 5달러에 판매된다. 하지만 수직농장에서 이를 생산하는 원가는 2.5달러에서 4달러에 달한다. 유통 마진을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 구조인 것이다. 전통 노지재배 농가들은 햇빛이라는 무료 에너지를 활용하고 대규모 경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수직농장이 아무리 생산성을 높여도 이 비용 구조를 이기기는 어렵다.
수직농장 기업들은 무농약과 로컬푸드, 신선도를 내세워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하려 했다. 하지만 소비자 조사 결과는 냉정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일반 채소 대비 20%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없었다. 앱하비스트가 생산한 토마토는 품질은 우수했지만 일반 토마토보다 30%에서 50% 비쌌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유기농 전문점에서는 판매가 가능했지만 대중 시장 진입에는 실패했다. 결국 판매량이 목표치의 30%에서 40%에 그치며 재무 구조가 악화됐다.
■ 한국의 조용한 실패들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례는 한국 스마트팜 정책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천억 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준공 직후부터 하자 문제에 시달렸다. 설계와 공사를 맡은 한국농어촌공사는 문제를 인정했지만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다. 기술 검증 없는 대규모 투자, 현장 적용성 검토 부족, 사후 관리 체계 미비 등의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2013년 동부그룹은 스마트팜 사업에 진출했다. 유리온실을 첨단 스마트팜으로 개조해 수출용 토마토를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기술력과 자본을 갖춘 대기업의 진출이라 업계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역 농민들의 반대에 직면했고, 대기업이 농민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치적 압력이 더해지며 사업은 표류했고 결국 동부팜한농은 스마트팜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LG와 KT 같은 다른 대기업들도 스마트팜 진출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기술과 자본이 있어도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 앞에서 주춤하는 것이다.
정부는 2017년 스마트팜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며 120만 농가를 등록시켰다. 하지만 실제로 스마트팜 시스템을 꾸준히 사용하는 농가는 25%에 불과하다. 왜 75%의 농가는 시스템을 방치하는가. 농가 인터뷰 결과 복잡한 조작, 고장 시 수리 곤란, 실질적 수익 개선 미미, 높은 유지비용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1,8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의 스마트팜 투자도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기술을 보급했지만 실제 활용률은 예상을 크게 밑돌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 생존자들이 찾은 세 가지 해법
파산의 물결 속에서도 살아남은 기업들이 있다. 이들의 첫 번째 공통점은 고부가가치 틈새 작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2025년 이후 살아남은 수직농장들은 딸기, 바질, 마이크로그린, 식용꽃 등 단위 무게당 가격이 높고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된 품목을 선택했다. 일본의 오이시는 한 알에 5달러에 달하는 프리미엄 딸기를 실내농장에서 재배해 뉴욕 고급 레스토랑에 공급한다. 연간 매출 5,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국의 엔씽도 샐러딩이라는 프리미엄 샐러드 브랜드를 통해 B2C 시장을 개척했다. 단순히 채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즉석 샐러드라는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엔씽의 김혜연 대표는 강조한다. "수직농장의 실질적 수익 창출 열쇠는 물류비 절감입니다." 기존 신선채소 유통에서 물류비용은 운영비의 60%에서 70%를 차지한다. 도심 인접 수직농장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서울 도심에서 30분 거리 농장에서 생산하면 수확 후 4시간 이내에 소비자 식탁에 오를 수 있다. 유통 과정이 짧아지면서 물류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고 신선도는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더 중요한 것은 재고 리스크 감소다. 전통 농산물 유통은 장거리 운송으로 인해 부패율이 20%에서 30%에 달한다. 하지만 도심형 스마트팜은 주문 기반 생산으로 부패율을 5% 이하로 낮출 수 있다.
ⓒTech42 |
생존한 기업들의 세 번째 공통점은 단순 생산을 넘어 밸류체인 전체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스마트팜에 AI 에이전트 플랫폼 아이멤버를 접목했다. 이는 재배 안내를 넘어 수요 예측, 재고 관리, 최적 출하 시기 결정, 가격 책정까지 통합 지원한다. 농장은 더 이상 단순 생산 시설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30%에서 40%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롯데의 분석이다.
그린플러스는 제품 판매가 아닌 공동영농 모델을 구축했다. 청년 농업인에게 스마트팜 기술과 설비를 제공하고 재배된 농산물을 공동 브랜드로 유통하며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이 모델의 핵심은 리스크 분산이다. 개별 농가는 초기 투자 부담이 줄고 그린플러스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현재 화성 동부팜화옹 3만 평, 논산 팜팜 8,000평, 부여 리우 4,500평 등 대규모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UAE에서 성공한 퓨어하비스트는 중동의 극한 환경을 역으로 활용했다. 사막 기후에서는 노지재배가 불가능하므로 스마트팜 농산물이 프리미엄이 아닌 필수가 된다. 이들은 생산에만 집중하지 않고 브랜딩, 유통, 글로벌 소싱까지 밸류체인 전체를 장악했다. 현재 연매출 5,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중동 프리미엄 농산물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 진짜 수익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스마트팜의 진정한 가치는 재배한 작물이 아니라 재배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농업 분석 시장은 2026년 113억 달러에서 2034년 257억 달러로 연평균 14.65% 성장할 전망이다. 농업 AI 시장은 더 폭발적이다. 2025년 30억 달러에서 2035년 302억 달러로 연평균 26% 성장이 예상된다.
데이터 기반 수익 모델은 네 가지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첫째는 예측 모델 판매다. 온도, 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등 수백 가지 변수와 작물 생육 데이터를 결합하면 최적 재배 조건 예측 모델이 만들어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팜 농가 수익 최적화 모델은 생산 빅데이터와 소비 패턴 빅데이터를 결합해 어떤 작물을 언제 재배하면 최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모델을 적용한 농가는 평균 15%에서 25%의 수익 증가를 경험했다.
둘째는 플랫폼 구독 모델이다. 팜링크 같은 스마트팜 플랫폼은 월 구독료를 받는 SaaS 모델을 구축했다. 농가는 월 10만 원에서 50만 원을 지불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자동화 제어, 생육 분석, 수익 예측, 회계 관리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플랫폼 사업자는 수천 개 농가의 데이터를 축적하며 이는 다시 AI 모델 개선에 활용된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셋째는 B2B 데이터 판매다. 종자 기업, 비료 회사, 농기계 제조사들은 스마트팜 데이터에 막대한 가치를 부여한다. 특정 품종의 토마토 종자가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한 빅데이터는 신품종 개발에 결정적 정보를 제공한다. 종자 기업은 이런 데이터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농우바이오 같은 종자 기업들이 미국 법인을 통해 200억 원 규모의 M&A를 검토하는 것도 결국 데이터와 유전자원 확보가 목적이다.
넷째는 금융 서비스 연계다.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가 가능해지면서 스마트팜 농가에 대한 맞춤형 금융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 농가는 담보 능력 부족으로 대출이 어려웠다. 하지만 스마트팜 데이터는 미래 수익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재배 이력, 생산량, 판매 실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등급을 산출하고 적정 대출 한도를 결정할 수 있다. KB금융그룹과 농협 등 금융기관들이 스마트팜 특화 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금리를 일반 농업 대출보다 1%에서 2% 낮게 책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Tech42 |
■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지표
스마트팜 기업 투자를 고려할 때 전통적인 재무제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첫 번째는 에너지 생산성 지수다. 생산량을 소비 전력으로 나눈 이 지수가 0.5 이하면 에너지 비용이 과도해 장기 수익성이 의심된다. 생존 기업들은 태양광 패널, 에너지저장장치, 폐열 재활용 등으로 이 지수를 1.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두 번째는 작물 다각화 지수다. 고부가가치 작물 매출을 전체 매출로 나눈 이 지수가 20% 이하로 떨어지면 상추 같은 저부가가치 작물에만 의존한다는 뜻이다. 생존 기업들은 이 지수를 50% 이상 유지하며 딸기, 허브, 특수 채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세 번째는 데이터 자산 가치다. 축적된 데이터 볼륨과 데이터 품질 점수, 활용 빈도를 곱한 이 지표가 높을수록 재배 수익 외에 데이터 수익화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글로벌 애그테크 M&A에서 데이터 자산은 물리적 자산보다 높게 평가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 향후 5년이 결정한다
한국 스마트팜 산업의 미래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첫 번째는 기술 선도 시나리오로 확률은 35%다. 정부의 지속적 R&D 투자와 대기업의 본격 진출로 한국이 스마트팜 기술 강국으로 부상하는 경로다. 에너지 효율 기술 혁신으로 에너지 생산성 지수 2.0을 달성하고 데이터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며 중동과 동남아 수출을 본격화한다면, 2030년 국내 시장 2조 원과 수출 1조 원을 달성하고 관련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8%에서 10%를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틈새 생존 시나리오로 확률은 45%다. 초기 투자 부담과 에너지 비용 문제로 대규모 확장은 실패하지만 틈새 시장에서 프리미엄 모델이 정착하는 경로다. 고부가가치 작물 중심 재편과 도심형 소규모 농장 확산, 청년 농업인 중심의 혁신 생태계가 형성되면 2030년 국내 시장 1조 원 규모를 달성하지만 보급률은 25% 수준에서 정체하고 수출은 3,0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세 번째는 구조조정 시나리오로 확률은 20%다. 고금리 장기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다수 기업이 파산하고 산업 자체가 위축되는 경로다. 금리가 5% 이상 장기 지속되고 전기료가 추가 인상되며 정부 지원이 축소된다면, 2030년 국내 시장이 5,000억 원으로 축소되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M&A가 발생하며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틈새 생존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다만 향후 2년에서 3년간의 기술 혁신 속도와 에너지 정책에 따라 기술 선도 시나리오로 전환 가능성도 열려 있다.
■ 투자 시 피해야 할 것과 투자해야 할 것
피해야 할 기업의 첫 번째 신호는 대규모 시설 투자 계획이다. 1,000억 원을 투자해 100만 평 농장을 건설한다는 류의 계획은 2023년 파산 사태의 재현 가능성이 높다. 애그테크는 빅테크와 달리 작게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성공 공식이다. 두 번째 신호는 상추 단일 작물 의존이다. 연간 1만 톤 상추 생산을 강조하는 기업은 위험하다. 저부가가치 작물 대량 생산은 이미 실패가 입증된 모델이다. 세 번째 신호는 데이터 전략 부재다. 첨단 IoT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데이터 수익화 계획이 없다면 단순 하드웨어 회사에 불과하다. 진정한 애그테크 기업은 데이터를 돈으로 바꾸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투자해야 할 기업의 첫 번째 신호는 플랫폼 사업 모델이다. 농장 운영과 동시에 다른 농가에 기술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B2B 플랫폼 기업이 여기 속한다. 엔씽과 그린플러스가 이 범주에 속한다. 두 번째 신호는 에너지 자립도 50% 이상이다. 태양광, 지열, 폐열 회수 등으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 기업은 전기료 상승 리스크에 강하고 ESG 투자 수요도 충족한다. 세 번째 신호는 해외 검증 실적이다. UAE, 사우디, 싱가포르 등 극한 환경에서 성공한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이미 입증했다.
포트폴리오 구성은 투자자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보수적 투자자는 농우바이오와 팜한농 같은 종자와 농자재 기업에 70%, 롯데이노베이트 같은 대기업 계열 플랫폼에 20%, 성공이 입증된 중견 스마트팜 기업에 10%를 배분할 수 있다. 중립적 투자자는 플랫폼과 데이터 기업에 40%, 프리미엄 작물 생산 기업에 30%, 기자재와 설비 공급 기업에 30%를 배분한다. 공격적 투자자는 초기 단계 애그테크 스타트업에 50%, 해외 진출 본격화 기업에 30%,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실험 기업에 20%를 배분할 수 있다.
■ 45조 시장의 진짜 승자
2026년 현재 스마트팜 산업은 성장과 도태가 동시에 진행되는 혼돈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45조 원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과정에서 수조 원의 자본이 증발하고 수십 개 기업이 사라졌다. 이 모순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에어로팜도 앱하베스트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지 않았다.
승자는 세 가지를 동시에 갖춘 기업이 될 것이다. 첫째, 작물 판매만으로 흑자를 낼 수 있거나 데이터와 플랫폼 수익으로 보완할 수 있는 유닛 이코노믹스가 작동하는 수익 구조다. 둘째, 재생에너지 활용과 폐열 회수,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등으로 운영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에너지 비용 극복 기술이다. 셋째, 단순 생산자가 아니라 플랫폼, 브랜드, 유통, 금융을 통합하는 농업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다.
한국은 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5G, AI, IoT 등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 청년 농업인의 혁신 의지가 결합되고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일본은 26.1%의 스마트농업 도입률로 한국의 1.48%를 압도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99% 보급률로 이미 다른 차원에 있다. 미국과 중국은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향후 5년이 결정적이다. 지금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데이터 생태계를 완성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45조 원 시장의 파이는 크지만 그 파이를 나눠 가질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투자자든 창업자든 정책 입안자든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화려한 성장 전망에 현혹되지 말고 파산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생존자들의 전략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스마트팜의 미래는 밝다. 하지만 그 미래에 도달하는 길은 시체들이 깔린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준비된 자만이 그 끝에서 승리할 것이다.
김광우 기자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