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5000을 넘어선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7% 상승한 4987.06에 개장한 뒤 곧바로 5000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선 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코스피 5000을 이끈 동력으로는 상법 개정안이 지목된다. 상법 개정으로 앞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국내 증시에 고질적으로 따라붙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실제로 외국인과 기관 자금은 배당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 가능성이 있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다. 제도 변화 그 자체보다도 “한국 증시의 체질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가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이는 기업이 보유한 자기주식을 소각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이는 제도다. 주가 상승 기대를 높일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가 큰 사안으로 꼽힌다. 코스피 5000 특위가 지난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경우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진행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3차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수 상승의 실질적인 엔진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투톱의 시가총액 증가는 코스피 레벨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양사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연초까지만 해도 24.46% 수준에 그쳤고, 합산 시총 역시 480조원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가 맞물리며 랠리가 이어졌고, 지난해 코스피 폐장일 기준 합산 시총 비중은 31.52%, 금액으로는 1256조원까지 불어났다. 지난 21일 기준으로는 관련 비중과 규모가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흐름에서도 쏠림 현상은 뚜렷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연초 5만3200원에서 출발해 지난 22일 기준 장중 15만7000원까지 오르며 세 배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17만3900원에서 지난 8일 최고 78만8000원에 거래되며 네 배 이상 뛰었다.
세 번째 동력은 유동성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중순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약 30조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기 대기성 자금이 줄어드는 대신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95조5259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다.
대출 규제 강화 기조와 집값 고공행진으로 부동산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2분기 7만3324건에 달했지만 6·27, 9·7, 10·15 부동산 대책 등 강력한 규제가 이어진 뒤 3분기 5만3346건, 4분기 5만9883건으로 감소했다. 30대 투자자 김 모씨는 “집을 사기 위해 자금을 모으고 있었지만 높은 가격과 대출 규제로 당분간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일단 증시에 투자해 자산을 불리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지수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반도체 등 주도 업종 쏠림을 완화하는 시장의 체력 시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지수 폭등에 기여했던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등 주도 업종 중심의 쏠림 현상 지속 여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며 “상승 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둔화되고, 주도 업종 내에서도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