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1월15일 08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비엘팜텍(065170)이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플랫폼 기술로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비엘팜텍은 이미 시가총액 수조원에서 수십조원대 국내 바이오 기업들과 기술 이전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비엘팜텍은 글로벌 제약사들과도 파트너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암젠 골든티켓 수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데 이어 항암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효능까지 확인되면서 시장에서는 조 단위 기술이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3일 비엘팜텍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국내 바이오사 3곳과 동시에 분자접착제 기술 이전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 대상자들의 현재 시총은 각각 6조원, 11조원, 26조원으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다.
박영철 비엘팜텍 회장이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
분자접착제는 단순한 개별 신약이 아니라 기존 항체·'항체-약물 접합'(ADC)·표적치료제 등에 붙여서 약효를 증폭시키는 플랫폼 기술로 평가받는다.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여러 신약의 효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게임 체인저 기술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로 여겨진다.
앞서 비엘팜텍의 분자접착제는 지난해 11월 다국적 제약사인 암젠(Amgen)이 주최하는 '2025 골든티켓' 프로그램에서 최종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4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 중 수상기업은 AI 분석으로 약물을 발굴하는 포트레이와 비엘멜라니스 둘 뿐이었다. 신약 개발사로 한정하면 비엘멜라니스 뿐이었다. 비엘멜라니스는 비엘팜텍의 자회사다. 비엘팜텍은 비엘멜라니스의 지분 34.91%를 보유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지난 9일 박영철 비엘팜텍 회장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분자접착제 기술이 업계 주목받는 이유와 기술수출 상황을 짚어봤다.
분자접착제, 암 원인 단백질을 ‘억제’가 아니라 ‘완전 삭제’
비엘멜라니스는 분자접착제 기반 표적 단백질 분해(TPD,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박영철 비엘팜텍 회장은 "분자접착제 기술을 적용한 항암제는 암세포 안에 있는 ‘문제 일으키는 단백질’을 아예 쓰레기통에 버려서 완전히 없앤다"며 "보통 항암제는 단백질 기능만 잠깐 멈추게 한다.하지만 분자접착제 기반 항암제는 그 단백질 자체를 통째로 없앤다는 것이 차이"라고 비교했다.
박 회장은 "암세포 안에는 암을 일으키는 나쁜 단백질과 세포 속 쓰레기통 처리반(유비퀴틴 프로아테좀 시스템) 간 결합이 잘 되지 않는다"며 "분자접착제는 '나쁜 단백질과 쓰레기 처리반을 강제로 붙여주는 접착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면 세포가 쓰레기라고 인식한 뒤 완전히 분해해서 없앤다"고 덧붙였다.
기존 항암제는 '너 좀 조용히 해'하며 기능만 억제한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 암이 우회로를 찾아낸다. 대표적인 항암제 내성 발생 경로다. 하지만 분자접착제 방식을 이용하면 항암제 내성 발생 여지를 아예 차단한다. 그래서 분자접착제 기반 항암제가 혁신신약(First In Class)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비엘멜라니스의 분자접착제 기반 항암제는 '대체 텔로머라아제 유지 기전'(ALT) 암과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림프종 등을 타깃하고 있다. 암세포는 텔로머라제는 효소를 만들어 영원불멸한다. 보통 세포는 텔로미어(수명)가 줄어들면서 사멸한다.
반면 암세포는 텔로머라제라고 불리는 효소를 지속 생산해 텔로미어를 유지한다. 즉 세포의 수명이 줄지않아 죽지 않는다. ALT 암은 항암제 공격을 받아도 텔로머라제 생산하는 대체 채널을 가지고 있어 죽지 않는다. ALT 암은 전체 암의 10%로 △골육종 △췌장신경내분비종양 △백혈병 △림프종 △흑생종 △간암 △폐암 등에서 나타난다.
“이론 아닌, 생체에서 증명된 항암 효과”
비엘멜라니스는 ALT 방식으로 생존하는 난치성 고형암(ML301), 기존 약에 내성이 생긴 림프종(ML302)을 겨냥한 두 개의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먼저 ALT 암세포와 일반 암세포를 비교해 ALT 암세포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단백질(F1)을 찾아냈다. 그리고 세포실험에서 이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제거하자 ALT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고 일반 암세포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즉 'ALT 암이 가진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는 것이 세포실험에서 확인된 셈이다.
김태완 콜롬비아대학교 교수 겸 비엘멜라니스 연구총괄(CSO)는 암젠 골든티켓 제출 자료를 통해 "F1 단백질이 사라지면, ALT 암세포 내부에서 염색체 끝(텔로미어)에 심각한 손상이 생기고 세포 분열이 멈추면서 결국 사멸하는 과정도 함께 확인됐다"며 “우연한 독성이 아니라 암이 살아가는 핵심 구조를 무너뜨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른 파이프라인인 ML302는 기존 BTK 억제제 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림프종을 겨냥한다. 연구진은 이 암세포들이 S1이라는 단백질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SI 단백질을 억제하거나 제거하자 내성 림프종 세포들이 빠르게 죽었다. 기존 약(BTK 억제제)과 같이 쓰면 효과가 더 커지는 시너지도 확인됐다.
이 같은 세포실험 결과는 동물실험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두 파이프라인은 실제 동물실험에서도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결과를 냈다. 각각의 동물 모델에서 F1 및 S1 단백질을 억제하자 종양의 진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다시 말해, '세포 단위가 아닌, 실제 생체 환경에서도 항암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박 회장은 "비엘멜라니스의 분자접착제 기술은 이론이 아니라 이미 세포와 동물 단계에서 항암 효과가 확인됐다"고 했다.
'대체 텔로머라아제 유지 기전'(ALT) 암은 전체 암에서 10%를 차지한다. 특히, ALT가 많이 나타나는 암은 골육종, 지방육종, 평활근육종, 혈관육종, 신경모세포종, 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소아 고등급 교종, 성상세포종 등이 있다. (제공=비엘멜라니스) |
“이름만 대면 아는 회사들과 협상 중”…기술 이전에 ‘올인’
비엘팜텍은 기술 이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들과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분자접착제 플랫폼 기술을 비롯 ML301, ML302 등 모두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상을 직접 끌고 가는 건 자금 부담이 매우 크다”며 “현재 여러 글로벌·국내 제약사들과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목표는 조건이 맞는 파트너와 기술 이전을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선급금만 최소 1000억원 이상 마일스톤 포함 총 계약 규모는 조 단위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자접착제 계열 기술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은 이미 거래 사례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유럽의 한 바이오 기업이 유사한 분자접착제 계열 기술로 글로벌 빅파마(베링거인겔하임)에 수조원 규모 라이선스 또는 인수 거래를 성사시켰다.
박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를 제대로 하는 회사가 손에 꼽힐 정도”라며 “우리와 유사한 접근을 하던 회사도 이미 빅파마 품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질환 타깃과 세부 기술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의 '테실레이이트 바이오'(Tesslate Bio)는 지난해 4월 베링거잉겔하임에 분자접합체 관련 기술이 5억유로(8582억원)에 기술이전 됐다. 이외에도 △일라이릴리-마그넷 12억5000만달러(1조8405억원) △애브비-네오모프 16억4000만달러(2조4147억원) △노바티스-몬테로사 22억5000만달러(3조3129억원) △노보노디스크-네오모프 14억6000만달러(2조1497억원) △바이오젠-네오모프 14억5000만달러(2조1349억원) △다케다-디그론 12억달러(1조7668억원) 등의 빅딜이 이뤄졌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은 분자접착제와 표적단백질분해 계열 플랫폼을 차세대 신약 기술로 보고 항암을 넘어 자가면역·심혈관·신경퇴행 등으로 적용 범위를 빠르게 확장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장기 베팅에 나서고 있다.
박 회장은 "분자접착제 기술은 기존 항체나 모달리티 약물에 결합했을 때 약효를 비약적으로 증폭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암젠 내부 평가에서도 상당히 파워풀한 플랫폼 기술로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울러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과도 본격적인 파트너링 미팅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