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콘은 현실 세계의 상업용 공간을 사람 대신 운영하는 AI 에이전트다. 이 시리즈에서는 전 세계 공간 운영 사업자를 위해 여러 도시를 방문하며 보고 배운 것들을 공유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것은 2015년이다. 나를 계속 지켜본 가족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 변화를 더 잘 캐치하는 것처럼, 이번 글은 10년 만의 방문자가 느낀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 다시 만난 그는 AI 덕분에 자신 같은 레벨의 시니어 개발자도 일자리 걱정을 하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개발보다 세일즈에 훨씬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아니, 이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진짜 본질적인 일은 ‘고객 확보’뿐이라는 의미에 가까웠다.
그는 극단적으로 이렇게 조언했다. – “이미 이상적인 제품을 만들었다고 가정하고 세일즈부터 해봐라. 고객이 관심 없다면 만들 필요가 없고, 관심을 보인다면 그 부분에만 집중해서 그때 만들어도 된다.”
2010년대 초반 실리콘밸리에서 그로스 해킹이 부상했던 이유도 1990년대보다 제품을 만드는 것이 쉬워졌기에 ‘고객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는 시대적 판단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무언가를 만드는 장벽이 사실상 사라졌고, 현지인들은 ‘제품 개발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생각은 전 세계가 아는 서비스를 만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헤드급 개발자 지인과의 대화에서도 이어졌다. 그 회사에서는 새로 작성되는 코드의 90% 이상을 AI로 만들지 않으면, CTO가 해당 팀을 따로 불러 생산성 수준을 맞추라고 지적한다고 한다.
지난 15년이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나 데이터 기반의 그로스 해킹을 체화한 기업들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15년은 ‘개발의 종말’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스타트업의 시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10년 만에 다시 방문한 이곳의 분위기는 퍽 달랐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한국의 존재감은 확연히 뚜렷해졌다. 희미했던 존재감을 극복하고 현지에서 성과를 낸 스타트업들, 현지 글로벌 기업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한국인들, 그리고 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님의 UKF처럼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을 돕는 조직, K-컬처로 높아진 국가 브랜드가 맞물린 결과다. 이제 한국은 미국 테크 씬에서 더 이상 존재감 없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아니다.
한국과 미국 테크 기업 간의 수준 차이도 많이 좁아졌음을 느꼈다. 예전에는 실리콘밸리의 개발 방법론이나 기술 정보가 한국보다 한두 세대 앞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우리가 같은 세대를 살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현지 활동 인구가 늘어나며 정보 채널이 발달한 덕분일 것이다.
최근 2~3년간 알리콘의 솔루션을 알리기 위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전역을 다녔다. 이 지역들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다 보니, 현지 파트너들이 우리 회사에 대해서도 일단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체감한다. 이러한 문화적 강점에서 비롯된 경쟁 우위를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누릴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가장 좋은 시기인 지금, 이 파도를 타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동료 한국인 기업가들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원문 : 실리콘밸리는 왜 ‘제품 개발의 종말’을 말하는가? : 10년 만의 SF 출장기
글 : 플래텀(editor@platum.kr)
ⓒ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 중화권 전문 네트워크' 플래텀, 조건부 전재 및 재배포 허용
내가 마지막으로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것은 2015년이다. 나를 계속 지켜본 가족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 변화를 더 잘 캐치하는 것처럼, 이번 글은 10년 만의 방문자가 느낀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제품 개발의 종말
12년 전인 2013년, 실리콘밸리에 처음 방문했을 때 만났던 당시 링크드인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빌 크레인’과의 만남은 내가 만든 서비스 ‘로켓펀치’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당시 한국에는 생소했던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 개념을 그를 통해 배울 수 있었고, 덕분에 로켓펀치는 유료 마케팅 없이도 연 400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이번에 다시 만난 그는 AI 덕분에 자신 같은 레벨의 시니어 개발자도 일자리 걱정을 하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개발보다 세일즈에 훨씬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아니, 이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진짜 본질적인 일은 ‘고객 확보’뿐이라는 의미에 가까웠다.
그는 극단적으로 이렇게 조언했다. – “이미 이상적인 제품을 만들었다고 가정하고 세일즈부터 해봐라. 고객이 관심 없다면 만들 필요가 없고, 관심을 보인다면 그 부분에만 집중해서 그때 만들어도 된다.”
2010년대 초반 실리콘밸리에서 그로스 해킹이 부상했던 이유도 1990년대보다 제품을 만드는 것이 쉬워졌기에 ‘고객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는 시대적 판단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무언가를 만드는 장벽이 사실상 사라졌고, 현지인들은 ‘제품 개발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생각은 전 세계가 아는 서비스를 만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헤드급 개발자 지인과의 대화에서도 이어졌다. 그 회사에서는 새로 작성되는 코드의 90% 이상을 AI로 만들지 않으면, CTO가 해당 팀을 따로 불러 생산성 수준을 맞추라고 지적한다고 한다.
지난 15년이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나 데이터 기반의 그로스 해킹을 체화한 기업들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15년은 ‘개발의 종말’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스타트업의 시대가 될 것이다.
K-Power
처음 실리콘밸리에 왔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베이 에이리어(Bay Area)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현지인들이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는, 딱히 큰 관심 없는 작은 나라로 여긴다는 느낌이 강했다.하지만 10년 만에 다시 방문한 이곳의 분위기는 퍽 달랐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한국의 존재감은 확연히 뚜렷해졌다. 희미했던 존재감을 극복하고 현지에서 성과를 낸 스타트업들, 현지 글로벌 기업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한국인들, 그리고 사제파트너스 이기하 대표님의 UKF처럼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을 돕는 조직, K-컬처로 높아진 국가 브랜드가 맞물린 결과다. 이제 한국은 미국 테크 씬에서 더 이상 존재감 없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아니다.
한국과 미국 테크 기업 간의 수준 차이도 많이 좁아졌음을 느꼈다. 예전에는 실리콘밸리의 개발 방법론이나 기술 정보가 한국보다 한두 세대 앞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우리가 같은 세대를 살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현지 활동 인구가 늘어나며 정보 채널이 발달한 덕분일 것이다.
최근 2~3년간 알리콘의 솔루션을 알리기 위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전역을 다녔다. 이 지역들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다 보니, 현지 파트너들이 우리 회사에 대해서도 일단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체감한다. 이러한 문화적 강점에서 비롯된 경쟁 우위를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누릴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가장 좋은 시기인 지금, 이 파도를 타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동료 한국인 기업가들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원문 : 실리콘밸리는 왜 ‘제품 개발의 종말’을 말하는가? : 10년 만의 SF 출장기
글 : 플래텀(editor@platum.kr)
ⓒ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 중화권 전문 네트워크' 플래텀, 조건부 전재 및 재배포 허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