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다보스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배제를 선언하고 그린란드 매입에 비협조적인 유럽 8국에 2월 1일부로 예고했던 관세까지 전격 철회하자, 며칠 전부터 미 월가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이 예견해온 트럼프의 협상 패턴이 적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이번 그린란드 사태를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전형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타코는 트럼프가 초기에 극단적인 위협을 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실리를 챙기며 발을 뺀다는 의미의 시장 은어다.
만약 관세가 강행될 경우 유럽의 즉각적인 보복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발로 이어져, 트럼프가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여기는 주가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그를 멈춰 세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가 다보스 포럼에서 무력 사용 배제를 선언한 배경에 증시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티시스 인베스트먼트(Natixis Investment Managers)의 포트폴리오 전략가 개릿 멜슨은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타코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에 “시장은 여전히 처음부터 이런 식의 허세, 즉 트럼프가 매우 공격적인 ‘오프닝 살보(Opening Salvo·일제 사격)’를 날린 뒤, 결국 이를 철회하거나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점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히트 쿠마르 역시 지난 19일 가디언 인터뷰에서 “시장은 이미 트럼프가 관세 문제에 대해 ‘항상 겁을 먹고 물러난다’는 개념에 익숙해져 있다”고 지적하며 외교적 협상이 시작되면서 2월 1일로 예정된 관세 시한이 연기되거나 철회될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그린란드 매입’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가 실제로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였다는 분석도 트럼프의 선언 이전에 이미 제기됐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Saxo Bank)의 투자 전략가 닐 윌슨은 20일 발행한 보고서에서 “일부 매우 날카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와 희망은 결국 합의가 이뤄진다는 데 있다. 핵심은 트럼프가 평소처럼 ‘블러핑(허풍)’을 치는 타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파국보다는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 대형 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의 폴 크리스토퍼 투자 전략가 또한 20일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관세 위협을 “타협을 끌어내기 위한 ‘오프닝 비드(Opening Bid·협상 개시 가격)’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그는 “2025년 4월(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 시점) 이후 우리는 반복적인 관세 위협과 맞대응을 봐 왔고, 이는 궁극적으로 타협으로 이어진 협상의 개시 입찰에 불과했다”고 상기시켰다.
미 투자금융회사 웨드부시 증권(Wedbush Securities)의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지난 20일 투자자 노트에서 “지난 1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짖는 소리가 무는 것보다 클 것(bark will be worse than the bite)’”이라며 “결국 긴장은 진정되고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실제 영토 매입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로 전 세계를 흔들었던 트럼프의 ‘그린란드 도박’은 관세 발효를 10일 앞두고 실질적 안보 지배력 강화라는 ‘영업 이익’을 챙기는 선에서 멈춰 섰는데, 시장 전문가들이 이미 수일 전부터 꿰뚫어 본 트럼프식 ‘협상의 기술’이 공식처럼 반복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