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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아니면 추락…차세대 승부수 로봇, 지금이 티핑포인트"

이데일리 송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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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아니면 추락…차세대 승부수 로봇, 지금이 티핑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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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제9대 반도체공학회장 인터뷰
로봇 시대 핵심 ‘저전력 NPU’가 성패 가를 것
“중국 로봇은 ‘쇼’ 위주, 한국은 ‘실전’ 강점"
[이데일리 송재민 김소연 기자] “지금 시점이 (글로벌 로봇 경쟁에서) 티핑 포인트라고 봅니다. 점프할 수도 있고, 잘못하면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최기영 제9대 반도체공학회장(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의 다음 전장으로 ‘로봇’을 지목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로봇을 단순한 기계나 서비스 산업이 아니라, AI 반도체 경쟁력이 실제로 검증되는 핵심 응용처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반도체공학회장 (전 과기부 장관)이 19일 서울 강남구 반도체공학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최기영 반도체공학회장 (전 과기부 장관)이 19일 서울 강남구 반도체공학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최 회장은 한국 반도체가 가진 메모리 시장 우위를 차세대 기술과 산업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봤다. 그다음 무대는 바로 로봇으로 꼽았다. 그는 “AI가 화면 속에서 추론만 하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물리적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며 “이 변화가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분야가 로봇”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의 채용이 확산할수록 AI 반도체도 더 중요해진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로봇은 지연 없이 즉각 반응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서버나 클라우드 중심 구조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판단과 연산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온디바이스·엣지 AI 구조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저전력·고효율 반도체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리라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 전환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기존 AI 반도체 경쟁이 고성능·고전력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로봇은 전력 효율과 시스템 통합 역량이 핵심이 되는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최 회장은 “반도체 설계, 제조, 패키징 경험을 동시에 갖춘 한국은 로봇이라는 응용 분야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오전 11시부터 강남구 삼성동 반도체공학회 집무실에서 약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최기영 반도체공학회장 (전 과기부 장관)이 19일 서울 강남구 반도체공학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최기영 반도체공학회장 (전 과기부 장관)이 19일 서울 강남구 반도체공학회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로봇 시대에 반도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로봇은 지연 없이 즉각 반응해야 한다. 속도가 핵심이다. 클라우드로 보내 처리하는 구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국 온디바이스나 엣지에서 바로 판단하고 동작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고, 반도체가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GPU는 전력 소비가 크다. 앞으로 저전력으로 동작하는 구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설계 역량은 우리나라가 충분히 강점을 가진 영역이다. 지금은 NPU(신경망처리장치)가 주로 추론 중심으로 쓰이지만, 앞으로는 학습까지 일정 부분 수행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로봇이 피지컬 세계에서 직접 상호작용하면서 학습하는 단계로 갈 것.

-CES2026에서 본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은.

△중국 로봇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수는 사람이 뒤에서 컨트롤하는 구조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는 인공지능이 하드웨어 안에 내재돼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사람이 조이스틱으로 조작하는 방식이 아니다. 한국은 제조업이 잘 발달돼 있고 로봇이 제조업에 잘 적용돼 움직이게 해주면 성공가능성이 크다. 특히 로봇의 손(핸드) 기술과 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연구진의 잠재력은 높다. 정부가 로봇에 관심갖고 지원하길 바란다.

- 중국의 반도체 기술 굴기가 위협적 수준이다

△중국 기업과의 격차가 좁혀진 건 맞다. 크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메모리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격차를 계속 유지해갈 수 있을 것. 중국은 미중 기술패권 갈등으로 장비 수입 등에 제약이 있다. 미국의 제재로 오히려 발전 가능성도 있으나 쉽지 않을 것. 한국이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 미·중에 비해 한국은 직접 보조금이 전무하다.

△ 산·학·연, 민간이 힘을 합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민간의 투자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성장펀드가 중요하다. 과거 과기부 장관 시절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 당시 소부장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국민펀드를 만들었는데 성공적이었다. 국민성장펀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투자 규모도 작고 인력도 적지만 한국이 가진 기술, 국민성, 신기술 수용성 등 가진 것도 많다. AI 3강에서 1, 2위권(미국·중국)에 근접한 3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 HBM 이후의 차세대 기술

△ 결국 프로세싱 메모리(Processing-in-Memory, PIM) 방향으로 간다. 메모리 스택 내부에 연산 기능이 들어가면서 데이터 이동 없이 바로 처리하는 구조다. 이 분야는 현재 한국이 가장 앞서 있는 영역이다. 삼성전자는 HBM 기반 PIM, SK하이닉스는 LPDDR 기반 AIM(Accelerator-in-Memory)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HBM4가 더 발전하면, 별도의 연산 다이를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메모리 어레이 자체에서 병목을 줄이고 연산 효율을 높이는 구조로 갈 수 있다. 여기서 더 고도화된 것이 궁극적으로 뉴로모픽 반도체다.

- HBM도 고객 맞춤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 HBM4 맨 아래에는 연산을 하는 로직 다이(logic die)가 들어간다. 앞으로는 메모리 패키지 안에 연산 기능을 함께 넣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메모리 패키지 내부에서 저장과 계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다. 고객 맞춤형(customized)으로 메모리 패키지 안에 특정 연산 기능을 집적하거나 패키지 차원에서 기능을 확장하는 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첨단 패키징 연구와 투자가 굉장히 중요하다. 반도체공학회는 학계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기업으로 기술이 이전될 구조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할 것.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에 대해.

△ 이전이라기 보다는 지금 용인 반도체 공장을 짓기 시작한 곳은 두고 앞으로의 계획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15기가와트(GW) 전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당장 부족한 전력을 모두 공급받긴 힘들 것이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가 있어야 하는 수준이다. 물론 (옮겨갈) 지역에서 전력뿐 아니라 용수, 인력 등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론 약간의 손해, 장기적으론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선택을 기업이 내려야 한다.

최기영 반도체공학회장은…△1955년생 △서울 중앙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금성사 중앙연구소 연구원 △미국 케이던스 선임 연구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뉴럴프로세싱 연구센터 센터장 △국제전기전자공학회 석학회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