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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눈앞…은행 수익구조 ‘흔들’

쿠키뉴스 김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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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눈앞…은행 수익구조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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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 -0.3%…작년 연간은 1.0%
서울 용산구 은행 ATM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 용산구 은행 ATM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코스피 지수가 ‘꿈의 5000선’을 가시권에 두면서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시로의 자금 이동, 이른바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면서 은행 수익성의 핵심 기반인 저원가성 예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고금리 특판 상품을 앞세워 수신 방어에 나섰지만, 조달 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포함) 잔액은 20일 기준 622조431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74조84억원과 비교하면 약 3주 만에 51조5771억원이 감소했다. 은행 입장에서 가장 ‘값싼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빠져나간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연 0.1~1.0% 수준에 불과해 은행 수익성을 떠받치는 핵심 자금원이다. 이 자금이 증권시장 등으로 이동할 경우 은행은 고금리 정기예금이나 특판 상품으로 이를 대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조달 비용 상승과 순이자마진(NIM) 압박으로 직결된다.

시장에서는 최근 요구불예금 감소가 단순한 계절적 요인을 넘어 구조적인 머니무브 신호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가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대기성 자금이 자연스럽게 투자 자금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나 발행어음과 경쟁하려면 은행도 고금리 수신 상품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IMA는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수신을 직접 잠식하는 상품으로 평가된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쉴 틈 없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18포인트(0.49%) 오른 4909.93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은행의 저원가성 자금 이탈 압력도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눈에 띄는 점은 요구불예금뿐 아니라 정기예금 잔액까지 동시에 줄고 있다는 것이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939조2861억원에서 20일 기준 936조7939억원으로 약 3주 만에 2조3922억원 감소했다. 통상 정기예금이 줄면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는 흐름과 달리, 최근에는 두 자금원이 동시에 축소되고 있다. 이는 은행권 전반의 수신 기반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은행권 수장들도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은행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증권사가 등장했고,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증권사 이탈 역시 이미 일상화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IMA를 비롯한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이 더 이상 은행에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신학기 수협은행장도 고환율의 고착화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유례없는 증시 호황이 저축에서 투자로의 머니무브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앞세워 ‘수신 방어전’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최고 연 8.39% 금리를 제공하는 ‘나의 소원 우리 적금’을 출시해 완판을 기록했고, 신한은행은 최대 연 8.8% 금리를 적용한 ‘한 달부터 적금(매주)X현대자동차’를 내놨다. KB국민은행도 우대 조건 충족 시 최고 연 15% 금리를 제공하는 ‘KB 특★한 적금’을 출시했다. 다만 이러한 대응은 단기적인 수신 유입 효과는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수신 경쟁이 심화될수록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결국 순이자마진(NIM)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머니무브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변화로 굳어질 경우, 은행 수익 모델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