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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특허소송, 국민 건강권-산업 혁신 사이 균형 잡는 과정” [K바이오 특허전쟁③]

쿠키뉴스 김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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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특허소송, 국민 건강권-산업 혁신 사이 균형 잡는 과정” [K바이오 특허전쟁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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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 -0.3%…작년 연간은 1.0%
법무법인 세종 이진희 변호사 인터뷰
“해외 임상 목적 백신 생산, 특허 침해 아냐” 대법 판결 이끌어
AI 신약 등장으로 특허소송 쟁점 복잡해질 것
이진희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세종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진희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세종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의약품 특허는 환자의 건강권과 산업 혁신이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는 독특한 영역입니다. 신약 개발 제약사의 특허권을 과도하게 보장해 독점 기간이 길어지면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커집니다. 반면 독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신약 개발에 나서지 않아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더 큰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 사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법률의 역할입니다.”

이진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약학대를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의약품 품목허가 등 업무를 담당한 뒤, 17년간 판사로 재직한 독보적인 이력을 가졌다. 특히 판사 재직 시절 전문성을 살려 의료분쟁 사건과 지적재산권을 주로 담당했으며 특허법원 판사로도 활동했다. 지난 2022년에는 모교인 서울대 법대에서 ‘의약 발명의 명세서 기재요건 및 진보성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변호사는 “특허 제도는 특허권자에게 일정 기간 독점적 권리를 주는 것”이라며 “새롭고 진보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사회에 공개해 기술 발전을 촉진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독점권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맥락에서 특허 소송은 기업의 이익 다툼을 넘어, 기술 발전에 기여한 만큼만 정당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전문성이 빛을 발한 대표적 사례는 최근 ‘폐렴구균 접합 백신 조성물’ 특허 사건이다. 쟁점은 국내 제약사가 해외 임상시험을 목적으로 특허권이 살아있는 백신 조성물을 한국에서 생산한 행위가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폐렴구균 접합백신 조성물 특허권자인 외국계 제약회사가 특허 침해금지 및 완성 백신 폐기를 요청하며 소송을 걸었다. 기존에는 이에 관한 법원의 확립된 판단이 없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 결과에 중요한 상황이었다.

이 변호사는 특허법 제96조 제1항 제1호를 파고들었다. 특허법 제96조는 연구·시험 목적으로 특허를 실시한 경우,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해외 임상시험 목적으로 완성 백신을 생산·공급하는 행위는 ‘연구·시험’ 범주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국내 제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해외 임상시험 목적의 완성 백신 생산행위를 특허 침해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앞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특허 만료 전이라도 해외 진출을 위한 임상 준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역사적인 판결이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은 향후 제약 산업 실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본 사건은 특허권의 효력 제한 사유의 하나인 시험적 실시의 의미 및 범위에 관해 확립된 판단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최초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사례다. 특허발명을 이용하려는 제3자의 이익과 특허권자의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향후 법적 다툼이 이전보다 훨씬 다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신약의 등장이 특허 소송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는 AI를 후보 물질을 추리는 단계에서 활용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AI가 발명한다면 ‘발명자성’이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어, 미래에는 법적 쟁점이 훨씬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