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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본법 시행 D-DAY…‘진흥’ 내세운 정부, 현장은 ‘모호한 규제’ 우려

쿠키뉴스 이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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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본법 시행 D-DAY…‘진흥’ 내세운 정부, 현장은 ‘모호한 규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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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 -0.3%…작년 연간은 1.0%
1년 유예·사실조사 중단…정부 “규제보다 현장 적응”
모호한 해석 기준·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숙제
정부 “불완전하지만 출발점…보완 작업 병행”
2025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산업 진흥과 안전·신뢰 기반을 함께 담은 ‘AI기본법’이 오늘 본격 시행된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제정된 AI 관련 국가 기본법이다. 정부는 “규제가 아닌 산업 진흥에 방점을 둔 법”이라며 최소 규제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해석 기준과 적용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AI 기본법 시행 초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규제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인명 사고나 인권 침해 등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사실조사와 과태료 부과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과기부는 “법 조항의 80~90%가 산업 진흥에 관한 내용”이라며 “초기에는 규제 집행보다 기업들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AI 기본법 지원데스크’를 신설했다. 기업들은 자신의 서비스가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생성물 표시 의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등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법률·기술 전문가에게 컨설팅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업비밀 유출을 우려하는 기업을 배려해 상담은 익명으로도 가능하다.

과기부 관계자는 “계도 기간에는 기업을 처벌하기보다 해석을 돕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사례를 축적해 가이드라인을 지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고영향 AI·고성능 AI…정부 “규제 대상 극히 제한적”

정부가 직접적인 규제 대상으로 꼽은 것은 ‘고영향 AI’와 ‘고성능 AI(프론티어 AI)’다. 다만 적용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고영향 AI는 금융·의료·고용·교통 등 사람의 생명과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AI가 자동으로 판단·결정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채용 과정에서 AI가 지원자를 추천하더라도 인사 담당자가 최종 판단을 내리면 규제 대상이 아니다. 현재로선 자율주행 레벨 4(완전 자율주행) 수준 정도만 고영향 AI에 해당한다.

고성능 AI 역시 안전성 의무 확보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에 사용된 누적 연산량이 10의 26승 부동소수점 연산(FLOPs) 이상인 모델로 한정됐다. 정부는 “현재 국내외 시장에 이 기준을 충족해 즉각 규제 대상이 되는 모델은 없다”고 설명했다.

생성물 표시 의무, 적용 범위 ‘가장 넓어’… 딥페이크는 ‘엄격’

이번 법 시행에서 가장 많은 사업자에게 영향을 미칠 조항은 AI 생성물의 투명성 표시 의무다. 과기부는 시행과 함께 ‘투명성 확보 가이드라인’을 공개해 서비스 유형별 적용 기준을 제시했다.

AI 생성물이 챗봇이나 게임, 메타버스 등 서비스 환경 내에서만 이용될 때는 UI 안내나 로고 표출 등 비교적 유연한 방식의 표시가 허용된다. 반면 텍스트·이미지·영상 등을 다운로드하거나 공유하는 등 서비스 외부로 반출할 때는 표시 기준이 강화된다. 가시적 워터마크를 삽입하거나, 음성 안내와 메타데이터 표시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딥페이크 생성물은 예외 없이 사람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시해야 한다. 영상 화면에 문구를 표시하거나 음성 재생 시 안내 멘트를 송출하는 방식이다. 다만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처럼 가짜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생성물은 비가시적 워터마크도 허용된다.

2025년 12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국내 AI 스타트업 101곳을 조사한 ‘AI기본법 인지도 및 준비 현황’.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2025년 12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국내 AI 스타트업 101곳을 조사한 ‘AI기본법 인지도 및 준비 현황’.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산업계 “추상적 기준·형평성은 여전히 숙제”

정부의 산업 진흥 기조에도 불구하고 산업계는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고영향 AI’의 판단 기준이 여전히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법은 ‘사람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지만, 무엇이 중대한 영향에 해당하는지는 기업이 사전에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5년 12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국내 AI 스타트업 101곳을 조사한 결과, 98%가 AI 기본법에 대한 실질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규제가 느슨한 것도 문제지만, 해석이 불분명한 상태가 더 큰 리스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의 저작권 문제도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콘텐츠의 권리관계에 대해 기본법은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해외 기업과의 규제 형평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법안은 구글·오픈AI 등 해외 기업에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했지만, 적용 요건이 까다롭다. 글로벌 매출 1조원, 국내 매출 100억원, 일평균 이용자 100만명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해 실제 적용 대상은 극히 제한적이다.

국내 기업은 AI 사실조사와 표시 의무를 직접 이행해야 하는 반면, 해외 기업은 대리인을 통해 규제의 부담을 상대적으로 비켜 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딥페이크 범죄가 해외 플랫폼에서 발생할 경우 직접적인 제재가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정부는 법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시행과 동시에 보완 작업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AI정책실장은 “국무회의에서도 ‘완전하기 때문에 통과된 법이 아니라, AI 전반에 걸친 논의가 이뤄질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는 의견을 받았다”며 “시행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비위점 등을 개정하는 작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