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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담합 2720억 철퇴에...4대 은행, 행정소송 불사하나

쿠키뉴스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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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담합 2720억 철퇴에...4대 은행, 행정소송 불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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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7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은행권이 즉각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이날 공정위의 2720억원 규모 과징금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다. 은행들은 공정위 의결서를 통해 세부 내용을 검토한 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4대 시중은행에 대해 LTV 정보를 교환하고 시장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TV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과징금 규모는 하나은행 869억3100만원, 국민은행 697억4700만원, 신한은행 638억100만원, 우리은행 515억3500만원 순으로 결정됐다. 이번 제재는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사례다.

공정위는 4개 은행이 2022년 3월부터 전국 부동산의 LTV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대출 한도를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 정보를 교환한 4대 은행의 LTV 평균은 비담합 은행 대비 약 7.5%포인트(p) 공장·토지 등 비주택 부동산은 8.8%p 낮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LTV를 유사한 수준으로 맞춰 대출 회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그 과정에서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봤다.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낮은 LTV 한도로 자금을 충분히 조달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은행들은 공정위가 지적한 정보 교환이 담합이 아닌 참고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파트와 달리 거래가 뜸한 지방 부동산이나 공장 등의 담보 가치를 산정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해 빅데이터가 쌓인 물건은 의심의 여지 없이 시세를 적용하면 되지만, 지방의 비인기 매물은 경락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등 참고할 지표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자체 기준만으로 가격을 산정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타행 정보를 참고해 ‘크로스체크’를 했던 것”이라며 “이를 수익을 남기거나 담합으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LTV를 낮추는 것이 반드시 은행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LTV 한도가 낮아지면 대출 규모가 줄어 영업 경쟁력 확보나 자산 확대에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규모가 큰 은행일수록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수적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4대 은행의 낮은 LTV가 타 은행들에게는 기회 시장이 되기도 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신용이 우수한 기업은 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금리가 더 낮게 책정되기도 하는 만큼, LTV 축소로 소비자가 고금리 신용대출로 내몰렸다는 공정위 지적은 무리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담보대출을 덜 해주고 신용대출로 돌리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회수율이 낮아지고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며 “이자 수익이 조금 늘더라도 충당금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은행이 의도적으로 LTV를 낮춰 신용대출을 유도할 유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과징금 폭탄은 은행의 건전성 지표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과징금 반영 시 위험가중자산(RWA)이 6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위험가중자산이 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한다. 주주 환원을 위해 CET1 비율을 방어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투자·고위험 대출 확대가 어려워진다.

특히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은행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ELS 관련 약 1조원, 신한·하나은행은 3000억원대 과징금 부과안을 사전 통보받은 상태다. 공정위 과징금에 금융위 제재까지 더해질 경우 재무·리스크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공정위 의결문을 받아본 뒤 행정소송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의결서가 나오기까지 한두 달 정도 걸리는데, 구체적인 위반 항목과 근거를 확인한 뒤 불복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이 일제히 법적 대응을 시사한 데에는 ‘배임 이슈’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수백억 원대 과징금을 별다른 대응 없이 수용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경영진이 회사 이익을 방어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왜 적극적으로 소명하지 않았느냐’는 주주들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다”며 “결과를 떠나 법적인 판단을 구하고 대응하는 과정 자체가 경영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