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이터센터 개수.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주택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21일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2020년 156개에서 2024년 165개로 늘어나며 최근 5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9년 5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데이터센터 확충과 클라우드 도입 확대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데이터센터란 기업의 IT 서버를 운영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 데이터의 처리·유통·저장과 사용자 전달에 이르는 대부분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대규모 건설 투자와 함께 전력·통신 등 다양한 산업을 동반한다. 최근 AI(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활용이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척도로 부상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주택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택 사업은 미분양, 분양 규제 등 각종 부담을 안고 있지만, 데이터센터는 공실 위험이 낮고 정부 정책이나 정권 변화에 따른 부동산 규제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 AI 산업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들은 주택 수주에 편중되지 않고 데이터센터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 건설 실적을 보유한 현대건설은 2004년 금융결제원 분당센터 건설을 시작으로 꾸준히 관련 사업을 확대해왔다. 현대건설은 2016년 NH 통합 IT센터, 2019년 KB국민은행 통합 IT센터, 2023년 네이버 데이터센터 등을 건설했다. 자연재해와 화재, 과열 등으로 시스템 가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전력 공급, 통신 연결, 온·습도 관리 등 안정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케이스퀘어데이터센터 가산 전경. 현대건설 제공 |
삼성물산 역시 데이터센터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추진하는 구미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며 데이터센터 안정성 평가 최고 등급인 ‘티어4’를 획득했다. 또한 차세대 열관리 방식으로 주목받는 액침냉각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그린 데이터센터(Green Data Center)’를 앞세우고 있다. 그린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은 최소화하면서 효율은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연료전지 등 대체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활용, 냉각 효율 향상 기술 등을 적용한다.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울산에 조성 중인 국내 최대 규모 AI 특화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데이터센터 사업을 앞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신년사를 통해 AI 데이센터 등을 미래 성장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DL이앤씨는 안정적인 재무 역량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사업
과 해외 시장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확충은 정부 정부 역점 과제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AI 3대 강국 도약’을 국정 목표로 내세우며 AI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는 AI 혁신 생태계 조성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국산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강소형 데이터센터를 균형 있게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컴퓨팅·데이터·보안을 아우르는 ‘AI 고속도로’ 구축에도 나서며 관련 계획의 최종안은 올해 중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환경적 기반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환경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은 수도권 과밀화, 전력 수급 불균형, 환경적 비용 부담 등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면서 전력 인프라 확보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생활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건설 및 인허가가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주민 반발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건설사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사업이지만 주민 민원으로 인한 인허가 문제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데이터센터가 주로 도심에 위치하다 보니 민원과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전국의 인구 소멸 지역으로 분산시켜 지역 산업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