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군 사망사고 분과위원장 "자살 문제 해결, '패러다임 전환' 필요"
장병 '회복력' 높일 환경 개선에 힘써야…과학적 접근도 필수
박찬운 군 사망사고분과위원장이 2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20/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44.2%. 지난해 군 사망자 중 자살자의 비율이다. 자살자가 군 사망사고의 대부분이던 시절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최근 5년간 사망한 군인 2명 중 1명꼴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만큼 군 내 자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국방부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산하 군 사망사고 분과위원회(군 사망사고 분과위)가 자살 예방 및 감소를 최우선 순위에 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제1호'이자 분과위원장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패러다임 전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 장병을 낙인찍고 통제하기보다는 생활 환경 및 의료 접근성 개선 등을 통해 '회복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3개월간 진행된 군 사망사고 대책위 활동에 대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자식이 멀쩡히 입대했다가 어느 날 주검으로 발견되면 어떤 부모가 이를 가만히 두겠냐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다"라며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군이 기존 제도와 관행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데, 군 사망 사고 부문도 국방부가 권고안을 잘 참고해 좋은 정책으로 발전시켜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박찬운 군 사망사고분과위원장은 군 사망사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했다. 통제와 격리보다는 '회복력'을 높이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 News1 이호윤 기자 |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국가 차원에서 군 자살 문제를 보다 폭넓게 다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2030 청년 자살 문제와 비교하면, 군 내 자살 문제가 꼭 더 심각하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매년 군 자살자 규모가 줄지 않고 있고, 군 자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을 분석해 보면 부대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꽤 있다. 군 당국이 더욱 열심히 자살 감소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목표 중 하나는 '미래 국방' 설계인데, 병력 자원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군 자살 문제 논의를 확장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사실 군 장병의 자살이 청년 자살과 관련이 없다고도 보기 힘들다. 군 자살자 중 상당수는 간부 계급인데, 간부 계급 중에서도 하사, 중사 같은 초급 간부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2024년엔 전체 간부 자살자의 60%, 2025년엔 전체 간부 자살자의 40%가 우리 사회의 '청년'에 해당하는 초급 간부들이었다. 군 자살 예방에 대한 논의가 청년 자살 예방 논의의 일부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군 내에 자살 방지를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보는가.
▶자문위 분과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군에서도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많은 노력과 대처를 해왔음을 실감했다. 자살 예방 대책만 해도 수십 가지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속으로만 곪아가는 장병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현재 우리 군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인원을 조기 발견해 특별 관리하는 식으로 대처한다. 관리자 입장에선 진급 등과 연관이 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또 다수의 인원을 관리하다 보니 조기에 정확히 가려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장병 당사자 입장에서도 동료들과 단체 생활을 하는데 '찍힌다'는 인식이 발생하면 낙인 효과가 우려될 수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이유는 대책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뜻인가.
▶그렇다. 장병들의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를 도려내는 방식보다, 장병 전체의 정신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정신 문제를 특별하고 예외적인 질병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를 감기 걸렸을 때 내과에 가듯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적정 수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군의관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민간 병원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번 권고안엔 정신과적 응급의료 대응 체계를 군과 민간이 함께 구축하고, 민간 병원 진료 시 진료비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입대 후 자율성과 개성이 억제되는 새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관리할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선 군인들의 스트레스 조절, 집중력 강화 등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멘탈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 역시 우리 군이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환경 조성 필요성은 육군 최전방 경계초소(GOP) 부대와 해군 2함대사령부를 현장 방문하며 크게 체감했다.
-현장에서 직접 들어본 군 장병들의 목소리는 어떠했나.
▶부대 생활 환경을 그들이 살아오던 사회의 모습과 최대한 가깝게 만드는 게 스트레스 관리에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GOP 부대의 경우 근무와 취침 위주의 일상을 반복하고, 특성상 일정 기간 외출이 어려워 병영 내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직접 병사들을 만나보니 초병 업무를 끝낸 뒤 운동시설에서 마음껏 운동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기본적인 체력 단련 기구는 있겠지만 민간 헬스장처럼 다양하고 품질 좋은 시설은 아니니 이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고 권고안에 포함했다.
해군 2함대를 방문했을 땐 함정 내부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점을 절감했다. 큰 함정에서 근무하는 수병들은 작전 수행 후 기지로 복귀해도 육지에 내리지 못하고 몇 개월간 배 안에서 일하게 된다고 한다. 밖에선 자유롭게 지내던 청년들이 24시간 타인과 붙어 지내며 사생활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면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분과위에선 국방부가 이같은 군별 특성을 파악한 뒤 병사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찬운 군 사망사고분과위원장은 장병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양질의 헬스장' 등 사회와 비슷한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News1 이호윤 기자 |
-'과학적 접근'을 제안한 점도 눈에 띄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자살 원인 규명 시 과학적 접근을 통한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심리부검'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권고안에 포함했다. 심리부검은 자살자가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를 단계별로 분석하는 절차로, 신체부검만큼이나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절차 중 하나다. 심리부검 사례가 수십 건, 수백 건이 모이면 국방 당국이 자살 예방 및 감소 대책을 좀 더 수월하게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군의 심리부검은 군 수사단 및 유가족의 동의를 받은 일부 사건들에 한해 이뤄지고 있는데, 특정 사건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자살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적용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 아직은 군 심리부검과 관련된 예산과 자원이 너무 부족하다. 국방부에서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한 뒤 정책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하나는 총기 관리다. 요즘 길거리에서 전동킥보드 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는데, 바로 그 킥보드에 심는 무선인식전자태그(RFID) 칩을 총기에도 심자는 거다. 모든 총기에 칩을 부착하게 되면 누가 언제 그 총기를 가져갔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RFID 칩을 도입하면 각 대대 본부 등에서 무기 재고 및 불출 현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이런 방식을 사용해 총기 사고를 실효적으로 예방하고 있다. 우리 군도 하루빨리 이를 도입한다면 사고 예방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응급 의료 지원 및 사고 대응 체계 확립과 군 사망자 지원 문제는 사망사고 발생 시 매번 언급되던 후속 과제 중 하나다. 이번 권고안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응급 후송 능력을 확충한다던가, 국군 외상센터의 역량을 강화한다던가 하는 부분은 계속 제기됐던 내용이다. 이번 권고안에는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고민을 많이 반영했다. 초급 지휘관들에게 응급 상황 대비 교육을 강화하자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기존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실제 사고가 일어나도 골든 타임을 허비하지 않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과 연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선조치 후보고' 체계를 자리 잡게 하자는 권고도 같은 발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훈련은 예산 배정 없이도 지금 당장 실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망자 지원과 관련해선, 유가족 신청 없이도 군이 직권으로 미순직 군인에 대한 재조사가 가능하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올해 1월 기준 미순직자로 분류된 군 사망자 수는 총 3만 7643명인데, 직권 조사 권한이 부여돼야 좀 더 빠르고 광범위한 재조사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박찬운 교수는 사법시험 26회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16기를 수료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 인권정책연구소 이사,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하는 등 인권 문제에 정통한 법학자다. 현재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군 사망사고 대책 분과위원회 위원장과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1962년 충남 청양 출생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노터데임 대학교 로스쿨 △고려대학교 대학원(법학) △사법고시 26회 △사법연수원 16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섭외이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 △룬드대학교 라울발렌타리 인권연구소 방문연구원 △사단법인 인권정책연구소 이사 △경찰개혁위원회 위원 △인권법학회 회장 △경찰청 수사정책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초대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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