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도 하지만 대신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이폰 15 시리즈 이후 가능해진 4K ProRes 외부 기록은 스마트폰을 전문 촬영 장비의 반열에 올렸다.
문제는 그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용량의 압박’이다. 몇 분만 찍어도 수십 기가바이트(GB)를 삼켜버리는 고화질 영상 앞에서, 기동성은 다시 제한받기 마련이다. 샌디스크가 내놓은 ‘크리에이터 폰 SSD(Creator Phone SSD)’는 이 지점을 정조준한 제품이다. 지난 CES 2026 취재 현장도 요긴하게 활용했다.
현장에서 장비의 ‘부피’는 기동성과 직결된다. 이 제품은 맥세이프(MagSafe) 자력을 이용해 스마트폰 후면에 밀착되는 구조를 택했다. 54g의 무게는 촬영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다. IP65 등급의 내구성은 먼지가 많은 행사장이나 예기치 못한 우천 상황에서도 데이터의 안전을 보장한다. 단순히 ‘붙는다’는 사실보다, 촬영 중 케이블이 흔들려 연결이 끊길 위험을 물리적으로 최소화했다는 점이 실무자에게는 더 큰 가치로 다가온다.
전시 현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결정적 장면’ 앞에서 뜨는 “저장 공간이 부족합니다”라는 알림창이다. 인파가 몰리는 부스 안에서 삼각대를 세우고 외장 하드를 주렁주렁 매달 여유는 없다. 이때 맥세이프 부착 구조는 단순한 편의를 넘어 기동성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진가를 발휘했을 때는 레노버 테크 월드가 개최된 현장이었다. 스피어 내부 규정 상 작은 핸드백만이 반입 가능했기에 카메라 같은 부피가 큰 제품은 들고 가기 어려웠다. 온전히 스마트폰으로만 현장을 촬영해야 하는 상황. 이 현장에서 SSD를 꺼내 스마트폰 뒤에 ‘착’ 붙이고 케이블을 연결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초에 불과했다. 54g의 가벼운 무게는 한 손으로 폰을 높이 치켜들고 촬영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손목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과거처럼 외장 SSD가 덜렁거리거나 케이블이 빠질까 봐 테이프로 고정하던 ‘곡예 취재’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촬영 장비와 스마트폰이 ‘한 몸’이 된다는 것은 충분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현창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자 하면 아무래도 불안정한 무선 환경보다는 유선 연결이 훨씬 더 즉각적일 수 있다. 외부 저장 장치에 직접 기록하는 방식 덕분에, 촬영이 끝나면 SSD만 떼어 노트북에 연결하면 그 즉시 편집이 가능했다. 낮에 찍은 수백 개의 짧은 스케치 영상들을 옮기느라 하염없이 바(Bar)를 바라보던 지루한 시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기술적으로 이 제품은 USB 3.2 Gen 2(10Gbps)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고 있다. 제조사가 제시하는 이론적 최대 속도는 읽기 및 쓰기 모두 1,000MB/s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성능은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제약과 밀접하게 연동된다.
맥북 에어(M3) 환경에서 진행한 블랙매직 디스크 스피드 테스트(Blackmagic Disk Speed Test) 결과, 초기 구동 시에는 읽기 약 910MB/s, 쓰기 약 870MB/s 수준의 준수한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10분 이상의 연속 촬영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쓰기 성능이 420~500MB/s 구간으로 조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발열 제어를 위한 스로틀링과 내부 SLC 캐싱 구간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스마트폰의 USB-C 포트 전력 제한(약 4.5W)이다. 일반적인 외장 SSD가 고성능을 낼 때 5~7W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는 것과 달리, 이 제품은 스마트폰의 전력 공급 가이드라인 내에서 작동하도록 펌웨어가 튜닝되어 있다. 과도한 성능 경쟁보다는 촬영 중 전원 차단으로 인한 데이터 유실을 방지하려는 안정성 위주의 설계가 돋보인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ProRes 422 HQ 포맷을 기준으로 성능을 대조해봤다. 애플에 따르면 ProRes 422 HQ 4K 60fps 촬영 시 요구되는 데이터 전송률은 약 220MB/s 수준이다. 이 제품의 지속 쓰기 성능(약 450MB/s)은 이를 충분히 상회하며, 장시간 녹화 시에도 프레임 드롭 없이 안정적인 기록이 가능했다.
반면, 4K 120fps 촬영의 경우 요구 수치가 약 440MB/s 이상으로 치솟는다. 테스트 결과, 제품의 발열 상태에 따라 쓰기 속도가 임계치 근처에 머물며 간혹 촬영이 중단되거나 프레임이 튀는 현상이 관찰됐다. 고해상도 슬로우 모션 등 극한의 촬영 조건보다는, 일반적인 현장 스케치와 인터뷰 등 표준적인 4K 촬영에 최적화된 성능이다.
다만, 물론 기술적 타협에 따른 아쉬움도 명확하다. USB-C 단일 포트 구조는 패스스루(Pass-through) 충전을 지원하지 않아, 장시간 촬영 시 배터리 관리에 어려움을 준다. 외부 마이크 연결이 필수적인 인터뷰 환경에서는 별도의 허브가 필요해 맥세이프의 강점인 기동성이 희석된다.
전용 소프트웨어인 '메모리 존(Memory Zone)'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연결 시마다 반복되는 설치 유도와 앱의 백그라운드 상주가 서드파티 카메라 앱(Blackmagic Camera 등)과의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잦았다. 실제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앱을 삭제하고 OS 순정 '파일' 앱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더 안정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샌디스크 크리에이터 폰 SSD(Creator Phone SSD)는 수치상의 '최고 속도'를 쫓는 제품은 아니다. 그보다는 스마트폰이라는 제한된 플랫폼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안정적으로'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단일 포트의 제약과 초고해상도 촬영에서의 성능 하락은 분명한 한계점이다. 하지만 촬영 직후 SSD만 떼어 노트북에 연결하면 곧바로 편집이 가능한 '직결 워크플로우'는 속도가 생명인 직업상 대체 불가능한 편의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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