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2038년이면 HBF가 HBM 넘어설 것"
향후 10년간 메모리 수요 늘 것…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략적 가치↑
반도체에서 AI 모델까지 이어지는 '블록체인' 구축이 핵심
향후 10년간 메모리 수요 늘 것…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략적 가치↑
반도체에서 AI 모델까지 이어지는 '블록체인' 구축이 핵심
이미지ㅣ챗GPT 생성 |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AI 산업에 있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고대역폭플래시(HBF)가 몇 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전략적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HBM 생산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 같은 국내 기업들의 수혜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하지만 반도체와 같은 '하드웨어' 영역뿐 아니라 실질적인 독자 AI 기술 개발과 같은 '소프트웨어' 면에서는 AI 강국에 들기에는 부족하다는 쓴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AI 3대 강국'의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영역에서 모두 독자적 기술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HBM 이어 HBF가 뜬다…반도체 기업의 전략적 가치 '굳건'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 15회 소부장미래포럼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의 발전은 거의 한계에 왔고, 이제 AI 성능 개선은 메모리반도체를 통해서 이뤄낼 수밖에 없다"라며 "앞으로 10년간은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HBF(High Bandwidth Flash)가 AI 시대의 핵심 메모리반도체로 부상해 2038년이면 글로벌 시장 규모가 HBM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HBM이 휘발성 메모리인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제품이라면 HBF는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쌓아 만든 반도체입니다. 업계에서도 HBM만으로는 AI 붐 속에서 폭증하는 AI 데이터를 수용할 수 없기에 고용량이 강점인 낸드플래시 기반의 HBF가 신규 솔루션으로 부상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D램은 휘발성 메모리로 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데이터를 장기 저장하지는 못합니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속도는 느리지만 저장용량을 대량으로 운용할 수 있어 데이터의 장기 저장에 강점을 지닙니다. 추론형 AI 모델이 차세대 AI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HBM보다 HBF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김 교수는 향후 AI 시대를 제패할 빅테크로 구글을 지목했습니다.
김 교수는 "AI를 잘하는 기업이 되려면 무엇보다 검색을 잘해야 하는데, 그 정점에 구글이 있다"라며 "특히 멀티모달 구현을 위해서는 막대한 영상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데, 구글이 영상플랫폼 유튜브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구글은 멀티모달을 구현하기 위한 AI반도체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브로드컴과 협력해 자체 설계하고 있고, TPU에도 HBM이 들어가기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김 교수는 "HBM은 빠르고 HBF는 느리지만 용량은 10배 정도 크다"라면서 "다만, HBF는 읽기 횟수엔 제한이 없어도, 쓰기 횟수에 10만번 정도로 제한이 있기 때문에 오픈 AI나 구글이 프로그램을 짤 때 읽는 것 위주로 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HBF가 상용화된다면 GPU 옆에 HBM과 함께 탑재되는 형태로 활용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합니다. 김 교수는 HBM6가 나오는 시점에 HBF가 많이 쓰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찍이 준비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양사는 앞서 미국 샌디스크와 HBF 표준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재 컨소시엄을 토대로 HBF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며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2025 오픈커퓨트프로젝트(OCP) 서밋'에서 HBF를 적용한 신규 낸드 플래시 제품군 'AIN 패밀리' 개발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달 말에는 HBF의 시험용 버전의 데모가 진행될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독자 AI' 있어야…진정한 '한국형 AI'가 AI 강국 만든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국형 AI' 개발은 모방 논란 등에 휩싸이며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단계평가를 통과한 곳은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 등 3개 정예팀입니다. 'K-AI'의 선두주자라 평가받던 네이버클라우드가 1차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된 것입니다.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사진ㅣ연합뉴스 |
과기부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탈락 이유로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 웨이트 모델 '큐웬(Qwen)'의 인코더와 가중치를 활용해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1차 결과 발표로 인해 독자 AI의 기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정부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정의를 "해외 모델의 미세조정이 아닌 설계부터 사전학습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한 국산 모델"로 규정했으며 특히 가중치(Weight)를 '제로(0)' 상태에서 시작해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을 필수 요건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의 설계도, 토큰 학습까지 모두 '프롬 스크래치(밑바닥)'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독자 기술'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사전학습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국내 대부분의 국산 AI가 해외의 오픈 웨이트 모델을 가져와 한국어 데이터를 입히는 '파인 튜닝'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독자 기술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 역시 "외부 인코더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핵심 가중치를 업데이트 없이 고정해 쓴다면 독자 모델로 볼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비록 한국이 메모리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지만 독자적인 AI 기술이 받힘이 되지 않는다면 결코 'AI 3강'에 들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 세계가 독자적인 AI 개발에 노력을 쏟으며 '소버린 AI(주권 AI)' 구축에 힘쓰는 것은 안보와 데이터, 나아가 문화적 주권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자체적인 AI 생태계 없이 해외의 AI 모델을 도입해 사용한다면 기업과 정부의 기밀·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지만 이미 전 세계가 AI 생태계에 편입되는 추세인 상황에서 AI 모델 도입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자칫 국가 안보 리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화·법적으로도 해외 AI 모델은 한국의 정서를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기에 같은 API를 활용한다 해도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결국 AI 반도체 개발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까지 잇는 '밸류체인'의 완성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진정한 독자 AI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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