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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숫자'에 흐려진 의료정책

머니투데이 홍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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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숫자'에 흐려진 의료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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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을 놓고 의정 간 '수(數)' 싸움이 치열하다. 증원에 반발하는 의료계가 미래 의사 수에 대한 자체 관측(과잉)까지 내놓은 가운데, 정부가 고심하는 증원 규모도 계속 변하고 있다. 당초 2040년 최대 1만1136명의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본 추계치는 기준연도로 정해진 2037년 기준 '2530~4800명 부족'으로 그 범위가 상당 부분 축소됐다. 정부는 내달 3일, 늦어도 10일까지는 의대 정원을 확정하겠단 계획이다.

부족한 의사 수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면서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추계 자체가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인 만큼 딱 떨어지는 과학적 판단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앞서 '2025년 연내'로 정해진 기한에 맞춰 추계가 진행되면서 이후 논의를 거칠 때마다 결괏값이 큰 폭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면 당초 추계 발표가 성급했단 결론에 도달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향후 최종 결정까지 두세차례 회의가 남은 셈인데 이 동안 합리적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양측의 힘겨루기가 길어질수록 의료정책의 본질을 들여다볼 여유는 부족해지고 있단 점이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의정 사태 이후 의대 교육은 더블링(예과 1학년인 24·25학번이 동시에 수업받는 것) 됐고, 사법적 부담에 따른 필수과 기피 현상은 더 심화됐지만 의료 개혁 논의의 목적지는 여전히 숫자로만 귀결된다. 오랜 기간 현장을 지켜온 지역·필수·공공의료진에 대한 지원책, 공중보건의사 수급 문제, 교육·수련 인프라의 질적 개선 등 실효적 대책이 시급한 과제들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방의 한 병원에서 수련 중인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기자에게 "숫자에만 맞춰진 정책이 얼마나 실효적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의사를 '어떻게' 지역·필수·공공의료 현장에 남겨둘지에 대한 뚜렷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단 지적이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의료계 신년 하례회에서 "지금이 의료 개혁의 마지막 시기"라며 '동주공제'(同舟共濟)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이 말처럼 같은 배를 타고 위기를 건너기 위해선 숫자만을 앞세운 힘겨루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비롯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산적한 과제에 대해 단순 증원을 넘어선 본질적 논의가 필요하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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