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가 있는 건물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이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를 만나기 위해 엘리베이터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제15회 비정규 노동수기 공모전 대상]
김준호 | 전 쿠팡풀필먼트 노동자
나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쿠팡풀필먼트에서 일한 계약직 노동자다. 쿠팡풀필먼트는 쿠팡의 물류를 담당하는 물류 창고다. 매년 수많은 노동자가 이곳에서 다치고 죽어 나간다. 그러나 쿠팡은 노동자의 사망 이유를 늘 “지병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장 노동자들은 실상을 알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입을 다문다. 관리자에게 문제를 제기하면 계약직은 재계약이 거부되고, 일용직은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못한다.
나는 인사팀에서 근무하며 쿠팡의 일용직과 계약직 채용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나 역시 비정규직이었다. 한번은 일하는 도중 아파서 관리자의 권유로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이상 없음’ 소견서를 받아 제출했는데, 관리자로부터 휴직하라는 권유를 들었다. “오래 일하고 싶으면 휴직하라”는 말에 휴직할 수밖에 없었다.
쿠팡에는 세가지 고용 형태의 노동자가 존재한다. 일용직, 계약직, 정규직이다. 일용직은 매일 하루 전날 인사팀에서 채용을 진행한다. 계약직은 주기적으로 채용한다. 쿠팡의 정규직 대부분은 계약직을 거쳐 올라간다.
쿠팡에는 ‘채용 가이드’라는 문서가 존재한다. 거기에 ‘사원 평정’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사원 평정은 ‘사원 평가 정보’의 줄임말로 취업 제한을 목적으로 만든 ‘블랙리스트’다.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인원은 매우 많다. 2023년 10월 기준 약 1만6450명이 등재되어 있었다. 등재 사유는 다양했다. 근무 중 물을 마시러 갔는가, 화장실을 자주 갔는가, 관리자와 싸웠는가,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는가, 노조 활동을 했는가 등이다.
그렇다. 쿠팡에서 일하면 물도 마시지 못하고 화장실도 가지 못한다. 위험해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다쳐도 참아야 한다. 참지 않으면 일용직은 다음날 출근하지 못하고, 계약직은 재계약하지 못한다. 쿠팡은 노동자를 일하는 기계, 일하는 노예로 생각하는 회사다. 결국 일하다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나는 이런 상황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에 내부 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쿠팡 내부 조력자를 통해 블랙리스트와 채용 가이드를 얻어 2024년 2월 세상에 공개했다.
첫 보도가 나오는 시점에 나는 해외 선교 활동으로 캄보디아에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뉴스를 보고 쿠팡이 언론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쿠팡 뉴스룸’에 들어갔다. 쿠팡은 내부 조력자와 나를 ‘회사 기밀을 유출한 사람’이라며 고소했다고 밝혔다. 처음 고소를 당하니 무척 떨리고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한국에 들어와 여러 단체와 회의했다. 쿠팡은 회사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명단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여론은 쿠팡 편이었다.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은 하나였다. 내가 직접 얼굴을 공개하고 모든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나 한명으로 여러 사람이 권리를 찾을 수 있다면 내가 희생하자고 다짐했다.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고 세상에 알렸다. 쿠팡의 주장이 왜 거짓인지 조목조목 따졌다. 그 이후 아무런 반박도 못 하던 쿠팡은 첫 보도를 한 문화방송(MBC) 기자 4명과 변호사들까지 고소했다.
나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그해 6월 집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병원에서는 아버지에게 연락했고, 나는 의식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 실려 갔다. 바로 진단이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급성 신부전과 급성 뇌염으로 응급 투석을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아버지의 동의로 24시간 투석했지만, 신장은 회복되지 않았다. 뇌염은 더 심해져 경련까지 일어났다. 당시 의사는 아버지를 불러 회복이 힘들 수도 있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뇌부종이 많이 내려갔다. 의식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일반 병실로 올라가 치료받다가 한달 만에 퇴원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내부 조력자의 집에 경찰이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이었다. 집 전체와 컴퓨터, 휴대전화까지 모두 포렌식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수사관은 내부 조력자에게 나와 절대로 연락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력자는 이를 무시하고 나에게 상황을 알렸다. 나는 변호사와 함께 대응하며 기자회견까지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쿠팡의 고소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집으로 압수수색을 하러 온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좋지 않았다. 언제 다시 병원에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변호사와 뉴스타파 기자에게 연락했다. 두 사람이 집으로 바로 달려왔다.
압수수색 영장을 보니 죄명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었다. 경찰이 자본(쿠팡)의 입장에 서서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경찰은 내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압수해서 포렌식까지 했다. 나는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조사 내용은 내가 일했던 부서와는 거리가 먼 혐의와 관련되어 있었다. 나는 모두 부인했다.
지난해 1월,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의 유가족과 노조 및 시민들의 도움으로 쿠팡 청문회가 성사되었다. 청문회 때문인지 쿠팡은 하루 전날 유가족과 합의했다. 나와 기자들, 변호사들을 향한 모든 고소, 고발을 취하했다. 청문회장에서 유가족에게 사과했고, 그동안 부인하던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럼에도 블랙리스트는 삭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으로 운영을 지속하겠다는 의미였다.
이후 좋은 소식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쿠팡의 노조 간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재판에서 노조 간부가 모두 승소했다. 2024년 2월 쿠팡을 고소한 이후, 처음으로 쿠팡이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위법이라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쿠팡은 항소했다. 그들은 한결같다. 본인들의 위법 행동은 정당하고, 다른 사람들의 정당한 행동은 위법이라는 태도다.
쿠팡에서 또 사망자가 나왔다.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리고 역시나 사망 이유는 지병이라고 쿠팡은 말한다. 쿠팡은 매번 거짓과 고소, 고발로 압박하는 행동을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가.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서 기업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 및 유가족이 회사의 잘못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주최한 ‘15회 비정규 노동수기 공모전’ 대상 수상작입니다. 한겨레는 해마다 수상작 일부를 게재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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