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붕어빵 맛집 세곳
강남역 인근 ‘서울붕어베이커리’
포장마차 안에 키오스크까지 설치
강북 대표 효창동 ‘효공잉어빵’
논현동엔 ‘두바이초코붕어빵’도
다양한 ‘효공잉어빵’의 붕어빵을 한 봉지 담아 가면 뿌듯해진다. 박미향 기자 |
한반도 남쪽 바다엔 가파도가 있다.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이 섬 겨울 여행의 백미는 붕어빵이다. 봄을 기다리는 청보리밭을 지나 항구 쪽으로 난 좁은 길을 걷다 보면 붕어빵 포장마차를 만난다. 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 가파도에서 맛보는 붕어빵은 별미 중의 별미다. 붕어빵만큼 인기 있는 겨울 간식은 없다. 오죽하면 황량한 겨울 섬에서도 붕어빵을 판다. 겨울이 되면 재래시장이나 동네 골목 어귀에 어김없이 붕어빵 장수가 나타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 바삭하면서 따끈한 붕어빵 한개는 큰 위로가 된다.
붕어빵이 인기다 보니 미식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팥파(팥붕)와 슈크림파(슈붕)로 나뉘어 치열한 대결을 펼친 이들의 얘기가 한때 에스엔에스(SNS)를 달궜다. 팥파는 정통의 레시피를 강조한다. 붕어빵은 본래 ‘팥’이란 거다. 한편 슈크림파는 ‘팥을 싫어하는 이도 있고, 더 다양해진 메뉴는 찬성할 일’이란 게 주장의 근거다. ‘머리부터 먹어야 한다’는 머리파와 ‘꼬리가 먼저’라는 꼬리파도 생겼다. 이들의 열띤 공방도 떠올랐다. 인터넷 사이트나 에스엔에스에 ‘팥이 있는 쪽이 터질까 봐 머리부터 먹는다’는 글이 올라가면, 그 아래 댓글로 ‘꼬리부터 먹어야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의견이 달리는 식이다. 여기에 꼬리에도 팥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머리, 꼬리, 배, 지느러미 등 부위에 따른 심리 테스트도 인터넷 세상에 돌아다녔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논쟁들이다.
‘‘효공잉어빵’’에서 파는 3가지 붕어빵. 박미향 기자 |
우리 붕어빵의 시작은 언제일까.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건너온 도미빵에서 그 유래를 찾는 이도 있지만 정설은 아니다. 한반도 붕어빵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맛을 구축해왔다. 지금도 변신을 꾀하는 붕어빵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1960~1970년대 널리 퍼진 붕어빵은 한국전쟁 후 미국 원조 밀가루 덕을 봤다. 이름의 유래도 궁금하다.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윤덕노 저)를 보면 서울 사람들은 과거 붕어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내륙인 서울에선 바닷고기보다 민물고기인 붕어가 더 친숙했다는 것이다. 지금 서울엔 ‘붕어빵 성지’가 넘친다. 신개념 붕어빵을 판다. 그중 대표적인 붕어빵 포장마차 두곳과 제과점 붕어빵의 한 사례를 소개한다.
서울 강남권 최강자인 ‘서울붕어베이커리’는 늦은 시각까지 긴 줄을 선다. 박미향 기자 |
달걀이 속재료인 ‘서울붕어베이커리’의 붕어빵. 박미향 기자 |
‘서울붕어베이커리’에서 파는 다양한 맛의 붕어빵들. 박미향 기자 |
‘서울붕어베이커리’는 포장마차 안에 키오스크도 마련해둔 붕어빵 맛집이다. 추운 날에도 줄이 길다. 키오스크 차림표에 오른 메뉴가 독특하다. ‘통치즈김치전’ ‘김치반숙붕어’ ‘김치! 불닭치킨’ 등이다. 모두 붕어빵이다. 이뿐만 아니다. 누텔라, 멕시칸치킨붕어, 바질크림치킨, 치즈피자, 찐고구마 등 속재료가 다양한 붕어빵을 판다. 팥이나 슈크림이 들어간 전통 붕어빵도 있다. 주인은 30대 청년. 그는 2022년부터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다.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영업한다. 속재료가 김치, 치즈, 초콜릿 크림인 누텔라, 피자, 달걀 등으로 다양해, 이곳은 최근 ‘서울 강남권 최고 붕어빵집’이란 명성을 얻었다. 그는 “평소 좋아하는 것을 넣어봤다가 맛있다고 하니 계속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의 창의적인 사고가 ‘미쉐린 가이드’ 식당 버금가는 스타 붕어빵 포장마차를 만들었다.
지난 15일 이곳을 찾은 최지원(31)씨는 “다른 붕어빵집은 팥이나 슈크림밖에 없는데 여긴 선택지가 많고 다양해서 좋다”고 말했다. 유현성(24)씨는 “달고 맛있다”며 “쉽게 먹을 수 없는 맛이 많아 종종 찾는다”고 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한결같이 ‘색다른 맛’을 추앙했다. 붕어빵의 변신에 환호하는 2030세대다. 10대인 제트(Z)세대도 환영하기는 마찬가지. 13살 중학생 남예림양은 “사람들은 각자 다 취향이 있는데, 여긴 다양해서 자기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서초초등학교를 찾아가다 보면 ‘서울붕어베이커리’를 만날 수 있다.
서울 강북권 붕어빵 최강자로 인기인 ‘효공잉어빵’의 ‘매코미’. 김치가 들어가 매콤한 맛이 난다. 박미향 기자 |
서울 강북권 붕어빵 최강자로 인기인 ‘효공잉어빵’의 팥붕어빵. 팥이 넉넉하다. 박미향 기자 |
‘서울붕어베이커리’가 강남 붕어빵 강자라면, 강북권 강자는 지하철 효창공원역 인근 금양초등학교 건너편 도로에 있는 ‘효공잉어빵’이다. 최소 30~40분 이상 줄 서야 바삭하고 따끈한 붕어빵 맛을 볼 수 있다. 주인 김종복(74)씨는 이 자리에서 붕어빵을 판 지 20년이 넘었다고 했다. 동네 주민들이나 찾던 평범한 ‘효공잉어빵’은 일본인 관광객까지 찾는 전국권 명소가 됐다. 약 8년 전 ‘그녀들의 여유만만’(KBS2), ‘생방송 오늘 아침’(MBC) 등에 소개되면서부터다. 일본 잡지에도 소개됐다. 이런 ‘흥행 성공’의 비결은 맛에 있다. 메뉴는 세 가지. 팥과 슈크림, ‘매코미’다. ‘매코미’는 아주 얇은 ‘껍질’ 안에 매운 김치가 들었다. 추운 날 한입 베어 물면 뜨끈한 김과 매운맛이 와락 달려든다. 추위가 달아난다. 지난 15일 이곳에서 30분 넘게 줄 선 한 주민은 그 매운맛 때문에 자주 온다고 했다. 일주일에 두번 온다는 서울 동부이촌동 주민은 팥붕어빵이나 슈크림붕어빵도 맛있다고 말했다. 팥과 슈크림이 붕어빵의 80% 이상 차지할 정도로 많다. 김씨는 “잉어가 본래 붕어보다 윗길이다. 단계적으로 업그레드한 붕어빵”이라고 말했다. 그는 “몸이 안 좋아지면서 시작했는데 그 사연 다 얘기하면 눈물이 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람이 몰리는 날엔 하루 1300개나 팔렸다. 지금은 오전 9시에 시작해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 대략 오후 6시께다.
제과점 ‘레자미오네뜨’의 ‘앙버터 붕어빵’. 박미향 기자 |
포장마차를 탈출해 제과점에 들어간 붕어빵도 많다. 지하철 논현역에서 가까운 ‘레자미오네뜨’엔 ‘앙버터’ ‘딸기요거트’ ‘제주말차크림’ ‘레몬크림’ ‘바나나푸딩’ 붕어빵 등이 있다. 요즘 대히트를 친 ‘두바이쫀득쿠키’와 같은 재료로 만든 ‘두바이초코붕어빵’은 대인기다.
글·사진 박미향 선임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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