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서 한 오토바이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고용노동부가 노동자 추정제 등 ‘권리 밖 노동자’의 보호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 등 최대 870만명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돼, 기업의 부담 증가 등 큰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노동부는 지난 20일 ‘노동자 추정제’ 도입 등을 위한 입법을 오는 노동절(5월1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둘러싼 쟁점에 대해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 ♣H4s862만명 새롭게 ‘노동자’ 되나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자 추정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프리랜서 등이 모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권리 밖 노동자’는 최대 862만명(2023년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대상자 수)으로 추산된다. 노동자 추정제는 근로기준법과 관련한 민사소송 등 ‘분쟁 해결’ 과정에서 이들을 노동자로 추정하겠다는 내용이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노무제공자를 노동자로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소송 과정에서 입증 책임을 사용자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 ♣H4s입증 책임 전환되면 노동자 인정 쉬워지나 예컨대 현재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맺은 정수기 설치기사 등이 퇴직금을 받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낼 때, 노동자라는 것을 설치기사가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소송 과정에서 설치기사는 일단 노동자로 추정된다. 또 설치기사가 개인사업자라는 것을 계약을 맺은 사용자가 입증해야 한다. 실제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이면서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자신의 노동자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노동자성 판단 기준은 변함이 없다.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 근무 시간·장소에 대한 구속, 보수의 성격이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지 등을 따지게 된다. 이는 2006년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이다. 노동자로 추정된다 하더라도 노동자 판단 기준은 20년째 그대로라 노동계는 ‘권리 밖 노동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근기법의 노동자 정의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 노동청·노동위원회도 적용되나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은 노동관계법 위반을 수사한다. 노동청에 임금체불 등이 접수되면 ‘범죄’를 확인할 책임은 감독관에게 있다. 따라서 노동자성도 감독관이 입증해야 한다. 이는 ‘노동자 추정제’ 도입 이후에도 다르지 않다. 법안에는 노무제공자의 계약서와 출퇴근 정보 등을 사용자가 제출할 의무가 담겼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전보다 노동자성을 입증하기 수월해지는 셈이다.
노동부가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심판에선 ‘노동자 추정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해 논란이 인다. 노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당해고 구제심판도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분쟁 해결’ 절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라는 것이 소송 비용·기간 등 문제로 민사소송을 하기 힘든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자 추정제가 민사소송에는 적용되고 노동위에선 제외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2024년 대법원에서 노동자성이 인정된 플랫폼노동자인 ‘타다 드라이버’ 사례도 노동위 부당해고 구제신청으로 시작됐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현재 법률 개정안 내용이나 입법 취지를 보더라도, 노동자 추정제가 노동위원회에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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