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영 서울디지털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제8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장 |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의 2025년 동계 학술대회 주제는 '문화콘텐츠와 어뮤즈먼트'였다. 지금까지 콘텐츠 관련 학회의 학술 주제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담론이나 산업적인 접근이 주류였는데 이번엔 '놀이와 재미'를 키워드로 생산, 소비, 정책, 사업 전반에 걸쳐 문화콘텐츠의 미래를 논의했다.
어뮤즈먼트, 즉 재미는 문화콘텐츠의 대중문화적 성격이자 핵심이다. 그 재미는 오감을 자극하고 참여와 몰입을 통해 감정적·사회적 만족을 주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미국 할리우드식 표현으로는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인 '골든'(Golden)을 흥얼거리고 주인공들의 의상을 입는 것은 이 애니메이션을 오감으로 즐긴 발로다. 우리가 전시와 공연 등에 참여·체험하며 경험하는 카타르시스는 감정적 공감과 사회적 소통을 촉진하는 기반이 된다.
지금은 디지털 문화콘텐츠의 시대다. 우리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손쉽게 문화콘텐츠를 향유하고 소비한다. 과거 공동체의 참여적 놀이형태는 아니지만 디지털 시대 사람들의 일상적인 놀이가 됐다.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의 '호모 루덴스'가 디지털 형태로 전개되는 것이라 본다. 보통 놀이는 규칙성을 갖고 별도의 공간에서 시간적인 제한성 속에서 이뤄진다. 문화콘텐츠 흥행의 성패는 이러한 제한성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오감을 얼마나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사회적으로 놀이는 소비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놀이는 문화적 창조력을 드높이고 사회적 문화유산을 축적하며 더 광범위하게는 법과 규범, 정치·사회의 운영방식, 스타일에도 영향을 준다. 높은 문화수준과 광범위한 문화소비, 창조가 있는 사회가 더 윤택하고 품격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 TV드라마·예능제작사 대표의 평가대로 영상콘텐츠는 이제 창의성을 기반으로 차별화되고 강한 브랜드를 구축하며 확장 가능한 지식재산(IP)으로 발전하는 경향을 띤다. 기획력, 출연진의 활약, 관련 협업, 투자가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K문화콘텐츠는 세계인이 소비하는 글로벌 콘텐츠가 됐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무감각하게 느끼던 한국적인 소재들이 글로벌 상품이 됐다. 그 속에서 한국 창작자들이 발산하는 독특한 기획력과 연출력은 K문화콘텐츠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안타까운 점은 우수한 문화콘텐츠 기획력과 창작력에도 불구하고 유통은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돼 간다는 것이다. 세계인의 오감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기막히게 잘 만들면서도 정작 그 경제적 성과는 몇몇 글로벌 플랫폼에 귀속된다. K문화콘텐츠 생산은 물론 유통을 자립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존재감을 갖도록 독자적으로 할 수 있어야 K문화콘텐츠가 창조적·산업적 역량을 풍성하게 배양하고 축적해나갈 수 있다. 문화가 산업을 낳고 산업이 문화를 촉진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K문화콘텐츠에 대한 고강도 투자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소영 서울디지털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제8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