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연설서 '무력 사용 배제' 첫 공식화
"과도한 힘 쓰면 멈출 수 없지만 안 할 것"
"동의하면 감사, 거부하면 기억"…유럽 향한 관세·외교 압박 메시지
"임대론 방어 불가", 미사일 기지 구축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 |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특별 연설에서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무력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선언했지만, 그린란드의 '완전한 소유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트럼프 "그린란드, 북미 일부·미국 영토"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는 그린란드 국민과 덴마크 국민 모두를 깊이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은 자국 영토를 방어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제외하고는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나라나 집단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이 거대한 무방비의 섬은 실제는 북미 대륙의 일부"라며 "그것은 우리의 영토"라고 단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 |
◇ "임대론 방어 못 해…소유권 필요"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얼음덩어리'라면서도 군사·안보적 관점에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그린란드의 완전한 소유권과 권리뿐"이라며 "임대 계약으로는 그것을 방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가 바다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임대 계약으로 방어하고 싶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쟁 상황을 가정하면서 "미사일들이 그 얼음덩어리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날아다닐 것"이라며 그린란드를 미사일 방어 체계와 북극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묘사했다.
◇ "무력은 쓰지 않는다…그러나 미국은 멈출 수 없는 힘"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확보 과정에서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명확히 밝혔다. 그는 "나는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무력을 원하지도 않는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말해, 우리가 과도한 힘과 무력을 쓰기로 결정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며 "그 경우 우리는 막을 수 없는 존재가 되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사 옵션 대신 "그린란드를 미국이 다시 획득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즉각적인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연설하는 동안 미군 헬기들이 대기하고 있다./AFP·연합 |
◇ "덴마크, 은혜 몰라...나토, 불공정"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했을 때 미국이 그린란드를 방어했다며 전후 그린란드를 되돌려준 것은 "미국이 어리석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덴마크를 향해 '은혜를 모르는(ungrateful) 나라'라고 했고, 나토에 대해선 "우리는 아무것도 요구한 적이 없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며 미국이 나토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인수가 나토에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동맹 전체의 안보를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동의하면 감사, 거부하면 기억"…압박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을 향해 사실상의 경고성 메시지도 던졌다. 그는 "당신들이 '예'라고 하면 우리는 감사할 것이고, '아니요'라고 하면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압박이자, 관세와 동맹 관계를 연계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뒷줄 가운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주요 각료 및 백악관 관리들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AP·연합 |
◇ "우크라 종전, 합의 못 하면 바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함께 거론하며 "이 일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그들은 멍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나는 그들이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발언 수위를 다소 낮췄다.
◇ 동맹보다 영토…다보스가 확인한 트럼프식 세계관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후반 "우리 역사에서 우리는 많은 영토를 획득해 왔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다"며 그린란드 '병합'을 미국의 역사적 영토 확장의 연장선으로 정당화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파트너십보다 영토 확장과 힘의 논리를 선택할 준비가 돼 있음을 공개적으로 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 사용을 공식적으로 배제하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동시에 '완전한 소유권'이라는 핵심 요구는 끝까지 고수했다. 다보스 연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노선이 동맹 중심 질서에서 영토·안보·거래 중심 질서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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