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출 직결 '관광 수출 산업'
복합리조트 변신 통해 경쟁력 확보
방한 관광객 3000만명 유치 위해
규제 탈피…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복합리조트 변신 통해 경쟁력 확보
방한 관광객 3000만명 유치 위해
규제 탈피…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국 외국인 전용 카지노 현황 (2024년) [디자인=허하영 디자이너] |
대한민국 관광산업이 ‘양적 성장’의 한계를 넘어 ‘질적 도약’이라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정부가 내건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유치’와 ‘관광 수입 300억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 앞에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관광객의 시간을 점유하고 지갑을 열게 할 ‘체류형 콘텐츠’ 확충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글로벌 관광 시장의 문법은 이미 카지노와 MICE,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한 IR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중이다. ‘도박장’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관광 수출’의 전진기지로 설계할 것인가. 한국 관광의 미래를 결정지을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죄악 산업’에서 ‘전략 산업’으로…데이터가 보여주는 전환
카지노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도박 중독’과 ‘사행성 조장’이라는 우려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관광 선진국들은 이미 카지노를 규제의 대상인 ‘죄악 산업’을 넘어, 국익을 창출하는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육성책을 펼치는 추세다. 이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증명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에 기인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관광청(STB) 데이터에 따르면,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센토사 등 대형 IR이 개장한 2010년 싱가포르의 관광 수입은 전년 대비 약 49% 증가했다. 이는 단순히 카지노 게임 매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IR이 유입시킨 비즈니스 여행객과 고지출 관광객들이 숙박과 식음료, 쇼핑, 교통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반에서 소비를 일으킨 결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의 사례는 잘 설계된 IR이 고지출 수요를 견인하며 관광 산업 전반의 파이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한국 관광산업은 방한 외래객 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1인당 지출액과 체류 일수 증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저가형 관광이나 단기 투어 위주의 구조적 한계가 지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관광객 숫자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고부가가치 관광객과 MICE 참가자를 유치해 관광 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가 복합리조트”라고 조언했다.
한국형 복합리조트의 미래 조감도 [사진=AI 이미지] |
◆ 외래객 지출이 곧 국부(國富)… 고효율 ‘관광 수출’ 엔진
카지노 산업의 본질은 ‘공장 없는 수출’로 요약된다. 제조업 수출이 원자재 수입 비용과 물류비용을 수반하는 것과 달리, 카지노 IR은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방문해 외화를 지출하는 구조다. 외화 가득률(Earning Rate) 측면에서 타 산업 대비 높은 효율을 보이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이용객 수는 294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총매출 역시 1조8600억원을 상회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일으키는 파생 소비다. 카지노 방문객은 일반 관광객보다 1인당 지출 규모가 월등히 크다. 이들의 소비는 특급 호텔 투숙과 파인다이닝, 쇼핑, 문화 공연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며 높은 낙수효과를 창출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카지노 VIP의 1인당 지출액은 일반 패키지 관광객 대비 월등히 높다”며 “정부의 관광 수입 300억 달러 달성 목표를 위해서는 객단가가 높은 카지노 고객 유치가 필수적이며, 이는 곧 ‘관광 수출’의 전위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앵커 인프라 IR… 고용과 내수의 파이프라인
IR은 리조트 경계를 넘어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거점(Anchor) 역할을 수행한다. 인천경제청 자료에 따르면,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1단계 개장과 함께 1600여명의 직원을 직접 채용했으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인천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조트 측이 초기 단계부터 3000명 안팎의 고용 창출을 목표로 설정해 온 점을 고려하면, 지역 일자리 확대에 대한 기여는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파라다이스시티 역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중심으로 호텔·컨벤션·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리조트 운영을 통해 영종도 일대 관광 수요와 체류형 소비를 끌어올리며 지역 서비스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지역 밀착 효과는 수도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주도 역시 2024년 도내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하며, 중국발 단체 관광 회복 지연에 따른 지역 경제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특히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대규모 호텔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결합한 도심형 복합리조트로, 외국인 관광 수요 회복과 체류형 소비 확대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카지노 수익이 비게임(Non-gaming) 콘텐츠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교차 보조(Cross-subsidization)’ 구조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대규모 아레나나 컨벤션 센터처럼 막대한 운영비가 필요한 시설도 카지노 수익을 통해 유지되면서, 지역의 문화·관광 인프라가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통제 중심’에 머문 韓… 글로벌은 ‘전략 산업’으로 전환
문제는 글로벌 경쟁국들의 기민한 움직임과 대비되는 국내의 정책 환경이다. 한국의 카지노 정책은 여전히 산업 육성보다는 사행성 관리에 무게가 실려 있어, 글로벌 트렌드인 ‘복합 리조트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비게임(객실·식음·엔터테인먼트·리테일) 부문의 매출 비중이 60%대까지 확대되며 수익 구조가 ‘도박’에서 ‘체류와 경험’ 중심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카지노는 모객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실제 수익은 관광과 엔터테인먼트에서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반면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IR은 여전히 카지노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는 카지노 수익을 비게임 부문으로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인센티브와 제도적 설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가 철저한 관리 장치를 두면서도 IR 수익을 국가 MICE 산업 경쟁력 강화에 투입하도록 유도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행성 우려는 안면 인식, 베팅 한도 설정 등 고도화된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책임 게임(Responsible Gaming)’ 시스템으로 관리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 역시 카지노를 관광 경쟁력의 한 요소로 인식하고, 이 인프라를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를 K-컬처 육성과 지역 관광 자원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필요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인식 변화 속에서, 정책과 투자의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한국형 IR의 방향성을 설정할 기준과 방식이 향후 관광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아주경제=기수정 기자 violet17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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