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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천사가 실려가는 이유”…500만 국민을 울린 그림, 무슨 사연이[명화수집]

헤럴드경제 이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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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천사가 실려가는 이유”…500만 국민을 울린 그림, 무슨 사연이[명화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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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휴고 심베리 : 상처 입은 천사

핀란드 아테네움 미술관 선정 ‘국민 그림’
때로는 천사도 아플 수 있다
끝까지 놓지 않는 건 설강화, 꽃말은 ‘희망’
편집자 주
알려진 그림과 덜 알려진 명화, 아름다운 작품과 사연 있는 예술품을 찾아봅니다. 그렇게 1000점을 차곡차곡 수집합니다. [기자 구독]으로 이 과정을 함께 해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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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 심베리, 상처 입은 천사, 1903, 캔버스에 유채, 127x154cm, 아테네움

휴고 심베리, 상처 입은 천사, 1903, 캔버스에 유채, 127x154cm, 아테네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천사는 아프다.

머리는 붕대로 감쌌다. 슬픔에 젖은 듯 시선을 떨군다. 절망에 빠진 양 무력한 표정을 짓는다. 흰 드레스의 밑단은 힘없이 끌려간다. 날개에도 피가 묻어있는데, 누가 찢으려고 한 듯 뜯어진 흔적도 볼 수 있다. 살짝 드러나는 맨발 또한 분위기를 더 애처롭게 만들 뿐이다. 이러한 천사를 들것에 올린 소년 둘도 심상찮다. 우선 복장이 그렇다. 장례식장에나 어울릴 법한 검은 옷을 입고 있다. 표정도 좋지 않다. 특히 오른편에 선 아이, 이 소년의 눈빛에선 좌절 이상의 분노도 엿볼 수 있다. 배경도 처연하다. 당장 이들의 모습과 지독하리만큼 어울린다. 꽃과 풀은 있는 곳보다 없는 곳이 더 많다. 저 멀리 보이는 물 또한 얼음장처럼 그저 차갑기만 할 듯하다.

천사와 두 소년이 있는 곳은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엘라인타르하(Elaintarha) 일대 공원이다. 당시 이곳에는 여러 자선 단체가 있었다. 장애인 보호소,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를 위한 여학교까지 있었다고 한다. 다친 천사가 실려가는 곳 또한 그런 시설이었을지도 모른다.

휴고 심베리, 상처 입은 천사(일부 확대), 1903, 캔버스에 유채, 127x154cm, 아테네움

휴고 심베리, 상처 입은 천사(일부 확대), 1903, 캔버스에 유채, 127x154cm, 아테네움



그런데, 천사가 이래서는 안 되지 않는가. 그들은 한없이 강인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었는가.


하지만 휴고 심베리가 그린 천사는 종종 상처 입는, 때때로는 그 상처에 통증을 호소하는 인간과 참 닮았다. 그래서일까. <상처 입은 천사> 속 천사는 왠지 더 안쓰럽고, 서글프게 느껴진다. 볼수록 더 마음이 간다.

다시 그림을 보면, 천사는 이런 와중에도 무언가를 소중하게 쥐고 있다.

꽃이다. 정확히는 눈풀꽃(설강화·snowdrop)이다. 봄철에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이 꽃의 꽃말은 치유와 희망이다. 즉, 천사는 그런 상황에도 희망만은 놓지 않고 있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거기에는 눈여겨본 누군가를 위한 사랑 또는 위로의 감정이 서려 있을지도 모른다.


이 천사는 어쩌면 당신의 천사이지 않을까. 세상은 점점 더 차가워진다. 그럴수록 천사 또한 더 많이 다치고, 더 자주 아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실려가는 와중에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천사를 믿고 나 또한 조금 더 견뎌볼까. 치료를 받고 온 천사가 이번에는 기필코 당신을 찾아낼지도 모르니. 화가 심베리 또한 <상처 입은 천사>를 그리는 사이 심각한 수막염을 앓았다. 그런 그도 이 작품을 곁에 두며 마음을 다독였다고 한다.

휴고 심베리, 상처 입은 천사를 위한 연구, 1902

휴고 심베리, 상처 입은 천사를 위한 연구, 1902



휴고 심베리, 상처 입은 천사를 위한 연구(2), 1902

휴고 심베리, 상처 입은 천사를 위한 연구(2), 1902



심베리는 이 그림에 대해 딱히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이가 비슷한 울림을 느낀 건 확실하다.

이 작품이 2006년 아테네움 미술관에서 실시한 투표에서 핀란드인이 사랑하는 ‘국민(국가적) 그림’으로 선정된 일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