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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한일전 패배는 '예견된 참사'다…플랜-실력-의지 부재 이민성호 '대환장의 콜라보'

스포츠조선 윤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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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한일전 패배는 '예견된 참사'다…플랜-실력-의지 부재 이민성호 '대환장의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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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성 감독   사진캡처=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이민성 감독 사진캡처=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준비에 실패한 이민성호에 성공을 바라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던 걸까.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숙적 일본과의 202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0대1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4일 베트남과 3-4위전에서 2020년 태국대회(우승) 이후 최고 성적인 3위를 달성하는 게 마지막 남은 목표다.

갑자기 찾아온 부진이 아니라 '예견된 실패'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U-23 대표팀은 지난해 5월 이민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인 10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경기 2연전에서 도합 0대6으로 패했고, 11월엔 중국에 0대2로 졌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란과 무기력하게 0대0으로 비기고, 3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졸전 끝에 0대2로 패했다. 가까스로 탈락 위기를 모면하고 조 2위로 8강에 턱걸이했다. 8강 호주전(2대1 승)에서 한결 나아진 경기력을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반짝'이었다. 일본전에서 다시 맨 얼굴이 드러났다. 전반 슈팅수는 1-10, 압도당했다. 후반에 주도권을 잡고 몰아치는 타이밍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전 45분 동안 단 2개의 유효슛(총 슈팅수 8개)에 그친 무딘 창끝으로 일본 골문을 열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이번대회 참가팀 중 유효슈팅수(15)가 7위에 그친다. 5경기 중 3경기를 무득점으로 마쳤다. 준결승전을 치르는 동안 멀티득점을 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일본 선수단의 평균 연령(19.4세)이 한국(21.1세)보다 약 두 살 가까이 어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날 양팀의 경기력 차이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전반 36분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은 일본 수비수 고이즈미 가이토(메이지대)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본 대학선수' 8명 중 한 명이었다. 일본이 2028년 LA올림픽 본선을 염두에 두고 사실상의 U-21팀으로 꾸렸다. 한국은 U-23 아시안컵과 9월에 열리는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 스쿼드를 대다수 23세로 채웠다. 대학생은 단 한 명도 부르지 않았다. 일본은 올림픽 예선을 겸하지 않는 이번 U-23 아시안컵을 새 얼굴을 테스트하는 기회의 장으로 여겼지만, 한국은 실험 따위엔 안중이 없었다. 지난해 6월 이민성호 첫 소집 때와 이번 대회 스쿼드를 비교하면 일부 선수가 교체됐지만, 아시안게임에 초점이 맞춰진 스쿼드란 점에선 동일했다.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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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에서 병역 특례가 걸린 아시안게임 특성을 고려할 때, 금메달에 '감독 목숨줄'이 달린 이 감독이 23세 위주로 선발하는게 크게 이상하진 않다. 지난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연령별 대회에서 두 살 차이는 꽤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에서 '프로 선수들의 경험적 우위'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K리그에서 22세이하 의무 출전 규정의 혜택을 받은 사실상 마지막 세대다.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U-22 의무 출전 규정을 사실상 폐지(K리그2는 유지)했다. 2003~2004년생 선수들은 지난시즌까지 22세 규정 덕에 출전 기회를 얻었다. U-22 규정은 유망주의 육성에 초점을 맞춘 제도다. 하지만 평균 두 살 어린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개인 기량에서 우위를 점한 선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치진의 플랜 부재와 전술 패착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지만, 일대일 대결에서 밀리면 답이 없다. 골키퍼의 골킥 미스와 판단 미스, 풀백들의 어설픈 대인 마크, 미드필더들의 안일한 패스 선택, 공격수들의 자발적 고립은 벤치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 외쳐도 고칠 수 없는 것들이다. 이 감독은 '실력과 경험이 갖춰진 선수'라는 'A급 재료'로 우승을 요리할 생각이었지만, 요리에선 어떠한 맛도 느낄 수 없었다. 재료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게 한-일전을 통해 드러났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전반에 선수들이 조금 더 앞선에서 압박을 하길 바랐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본이 마음놓고 후방 빌드업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상대 진영에서 강하게 압박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기 초반 일본의 빠른 패스웍에 당황한 한국 선수들은 자꾸만 뒷걸음질을 쳤다. 수비수 이현용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일본엔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선수들에게선 일본 선수들에겐 어떤 싸움이든 패하지 않겠다라는 절박함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코치진의 대응도 느리기 짝이 없었다. 이 감독은 호주전 멤버와 동일하게 선발진을 꾸렸다. 다시 발 빠른 백가온의 수비 뒷공간 침투를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어제 통했으니 오늘도 잘될거야'라는 식의 참 '단순한 생각'이다. 호주와 일본은 스타일이 다른 팀이다. 일본은 어느정도 스피드를 갖춘 수비진을 구성했다. 뒷공간을 내주는 팀도 아니고, 내줄 생각도 없었다. 게다가 일본이 한국-호주전 분석을 통해 이민성호의 플랜A를 파악한 상태였다면, 전술적 변주는 필요해보였다. 백가온 김용학을 각각 김태원 정승배로 바꾸는 '첫 교체'는 후반 13분에 이뤄졌지만, 0-1 스코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격진의 두 번째 교체는 후반 43분에 이뤄졌다. 강성진이 빠지고 정지훈이 투입됐다. 후반 44분엔 미드필더 김동진이 빠지고 공격수 정재상이 투입됐다. 교체 효과를 누리기엔 남은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플랜, 실력, 의지가 없는 '환장의 콜라보'의 결과는 0대1 패배였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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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승 1무 2패, 6득점 6실점, 8강에서 탈락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며 3-4위전을 치른다. 베트남을 꺾고 3위를 차지하더라도 실패의 낙인을 지울 수 없다. 두 살 어린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에서도 끙끙거리는 이민성호에 대한 기대치는 이미 식을대로 식었다. '병역 특례'가 걸린 아시안게임에선 꾸역꾸역 4연패를 따낼지 모르지만, 이대론 LA올림픽 본선 진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LA올림픽 예선에서 아시아에 할당된 티켓은 두 장으로 줄었다. 이번 U-23 아시안컵이 올림픽 예선까지 겸했다면, 한국은 2024년 파리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탈락이다. 이 감독은 지난해 취임 기자회견에서 "A대표팀에 맞게끔 선수를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 A대표팀에 많은 선수를 올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8개월간 새롭게 발굴한 '신성'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지난해 10월엔 한국이 U-20 월드컵 16강에서 조기 탈락했다. U-20, U-23 세대의 부진은 A대표팀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희망찬 2026년을 꿈꾸는 한국 축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