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방산시장의 한 포장용품 업체에 화과자 케이스 구매 수량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해영 기자 |
‘현재 ‘화과자 케이스’ 수요 증가로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난 19일 찾은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한 포장용품 업체 ㅅ사에 안내문이 나붙었다. ‘수량 제한’을 내걸 정도로 화과자 케이스만 이례적으로 동난 배경에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열풍이 있다. 중동 지역 식재료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동그란 모양으로 뭉친 뒤 마시멜로 반죽을 입히고 코코아 가루를 뿌려 만드는 두쫀쿠는 1개씩 개별 판매하는 터라, 포장할 때 주로 화과자 상자를 쓴다.
두쫀쿠를 담는 데 쓰는 화과자 용기까지 이례적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카페나 제과점을 넘어 국밥·초밥집,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등이 판매에 뛰어들고, 개인들도 손수 만들어 지인과 나누는 문화가 확산하는 등 폭발적인 두쫀쿠 인기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베이커리용품과 포장용품 등을 파는 업체가 모인 방산시장 상인들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당혹감을 전했다. ㅅ사 영업본부 박정수 차장은 “원래 화과자 케이스 매출에서 1구짜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80% 이상으로 급증했고, 매일 오후 3∼4시쯤이면 1구 케이스는 완판된다. 두달 전부터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며 “10년 넘게 일하면서 특정 물품이 이렇게까지 많이 팔리는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방산시장에서 베이커리용품을 주로 파는 한 소규모 업체 관계자도 “화과자 케이스나 유산지 컵을 찾는 손님이 체감상 10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늘어난 수요에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인도 여럿이다. 포장용품 업체 ㅊ사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화과자 케이스 주문이 갑자기 늘었는데 당시에는 영문을 몰랐다. 주문이 늘고 일주일 정도 뒤부터 공장에서 물량이 끊겼다”며 “두쫀쿠가 난리라는데, 우리로서는 별로 득이 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초 ‘반짝 인기’를 점쳤던 두쫀쿠 열풍이 크게 확산하며 포장용품 품귀 현상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제과점, 주요 편의점들도 두쫀쿠 판매에 가세했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직접 두쫀쿠를 만들어 지인과 나누는 문화도 확산한다. 최근 지인과 직접 두쫀쿠를 만들었다는 ㄱ씨는 “재료부터 구하기 어렵다고 들어 3주 전에 주문했는데, 포장용품도 모두 품절이라 온라인 쇼핑몰을 한참 뒤져야 했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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