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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울, 다시 뛰어야 할 대한민국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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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울, 다시 뛰어야 할 대한민국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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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의 심장, 서울의 맥박이 예전 같지 않다. 오랜 시간 서울은 국가 성장을 이끄는 중심축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 추진력이 약해졌다는 경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명제 앞에서, 오늘의 서울은 우리에게 뼈아픈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경제지표가 말해주는 현실은 냉정하다. 1995년 이래 서울의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대부분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제조업이 떠난 자리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채우지 못한 결과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의 흐름이다. 2022년 2.6%였던 서울의 성장률은 2023년 1.1%로 주저앉았고, 2024년 잠정치 역시 1.0%에 그쳤다. 저성장을 넘어 답보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2024년 기준 대한민국 경제는 2.0% 성장하며 서울의 성장을 크게 앞섰다. 서울은 더 이상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선도하는 중심축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서울의 글로벌 위상은 어디쯤 서 있을까. 일본 모리재단의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지수(GPCI)와 AT커니의 글로벌도시지수(GCI)를 보면, 지난 10여년간 서울은 뚜렷한 도약 없이 정체에 가까운 흐름을 보여왔다.

2020~2021년의 시정 공백이라는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더라도, 서울은 GCI 11~13위, GPCI 6~8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도쿄와 싱가포르가 아시아 도시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동안, 서울은 속도를 내지 못한 채 그저 제자리걸음을 반복해온 셈이다.

물론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서울은 글로벌 도시 전망(GCO) 순위에서 2025년 세계 2위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낙관하기엔 이르다. AT커니 분석에 따르면 이번 상승은 공공 정책의 성과라기보다, 스타트업과 기업, 대학이 축적해 온 민간의 혁신 역량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이는 서울시 행정의 성과라기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쟁력을 키워온 기업과 시민들의 노력에 가깝다.


이러한 ‘민간 우위, 공공 열세’의 문제적 구조는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지수(GPCI) 세부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은 R&D 분야에서 도쿄와 싱가포르를 앞서며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우리 대학과 연구기관이 쌓아온 역량의 결과다.

그러나 경제, 문화교류, 거주 환경과 같이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지표들은 대부분 10위권 밖에 머무르며 경쟁 도시들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접근성 분야의 ‘교통 혼잡도’ 평가가 ‘0점’을 받았다는 점은 충격적이기 그지없다.

세계적 수준의 R&D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꽉 막힌 도로와 부족한 삶의 질 때문에 그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는 도시. 이것이 오늘의 서울이 마주한 현실이다.


이제 서울은 다시 뛰어야 한다. 민간이 만들어낸 혁신의 불씨를 행정이 꺼뜨리지 않도록, 도시의 기본 여건을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주거와 문화 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함께 글로벌 인재와 기업의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혁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헤드쿼터들이 서울에 모여들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지금 서울이 마주한 문제는 여야나 진보와 보수를 가릴 사안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도시의 생존 과제다. 해법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경쟁은 필요하지만, 일부 지표만을 떼어내 현실을 축소하고 부정하거나, 문제 제기 자체를 과장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서울의 경쟁력 약화는 특정 진영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과제다. 오직, 서울이 글로벌 주요 2개국(G2)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미래지향적 토론이 시작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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