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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광교 국평 25억' 소동의 전말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김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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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광교 국평 25억' 소동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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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업체 '10억 틀린' 시장동향 배포
취재 때까지 오류 몰랐다가 뒤늦게 정정
시장교란? 국토부 "고의라면 문제" 수사 거론


한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업체가 21일 오전 8시 "광교신도시 국평 평균 11억 원대…광교자이더클래스 25억7387만원 돌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업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광교신도시의 전용면적 84㎡, 이른바 국민 평형 기준 아파트 매매가가 평균 11억원, 최고가 거래는 25억원을 돌파한 것을 확인했다는 설명과 함께다.

특히 이 업체는 "광교신도시 내 최고가 거래는 '광교자이더클래스'에서 발생했다"며 "전용면적 84.938㎡는 2025년 12월20일 25억7387만원에 거래됐고, 같은 단지 동일 면적이 12월4일에는 25억원에 매매돼 25억원대 거래가 연이어 확인됐다"고 했다.

집품의 보도자료 수정 내역./자료=이메일 갈무리

집품의 보도자료 수정 내역./자료=이메일 갈무리


이어서 "광교자이더클래스는 광교신도시를 대표하는 이른바 '대장 아파트'로, 전용 84㎡ 기준 고가 거래가 반복적으로 확인되면서 광교 내 상위 가격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이 업체 관계자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지역 상황이나 시장을 조금만 알아도 틀렸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광교 국평 25억원이란 '신고가'는 얼핏 보아도 생경했다.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서 해당 아파트를 검색해 봤다. 자료에 담긴 12월20일 계약된 아파트의 거래금액을 이곳에서 확인해 보니 14억3500만원, 12월4일은 14억원이었다.

10억원 이상 오차다. 해당 업체 앱에서 이 물건의 거래금액을 확인해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이 단지는 업체의 표현(광교신도시를 대표하는 이른바 '대장 아파트')과도 거리가 먼 단지다.


이 앱 업체에 문의했다. 이때까지도 오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즈워치 기자가 거래가공개시스템이나 해당 앱에 올려진 가격을 알려줬을 때 오히려 "혹시 그 날짜 거래 맞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리곤 재확인 뒤 연락하겠다고 했다.

이 앱 업체는 이날 오전 9시40분께 "데이터 입력과정에서 오기가 있던 거 같다"며 정정자료를 내겠다고 했다. 10분가량 지난 뒤 이 업체는 "내부 데이터 전수 재검토 과정에서 일부 수치(광교자이더클래스 최고가 등)에 오류가 확인되어 해당 자료를 긴급히 회수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이메일로 배포했다.

'광교 국평 25억'이란 키워드는 부동산 시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눈을 번쩍 뜨게 할 새로운 '뉴스'였다. 이미 일부 언론사들은 이를 기사화한 뒤였다. 부동산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해당 업체가 '실거래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인했다니 별다른 '팩트 체크'를 하지 않은 결과다.


더 나아가 "토지거래허가제 규제에도 고가 매매가 이어졌다"는 분석까지 담긴 기사도 나왔다. 이러한 기사 중 일부는 업체의 정정 이후 수정됐으나, 일부는 그대로거나 흔적이 남아 있다.

정보 앱 업체 관계자는 비즈워치에 "실무자가 평형 데이터를 오인해서 가격으로 기입했고, 최종 검수도 잘못했다"며 "잘못된 정보가 기사화되지 않도록 실제 데이터를 면밀히 확인하고 최대한 많이 검수하는 절차, 체계를 갖추겠다"고 해명했다.

집품의 보도자료가 실시간으로 기사화하고 있다./사진=네이버뉴스 갈무리

집품의 보도자료가 실시간으로 기사화하고 있다./사진=네이버뉴스 갈무리


하지만 사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전 11시3분경 이 업체는 수정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는 "광교신도시, '국평 20억 클럽' 목전… 대장주 중심으로 호가 폭등"이라는 제목을 앞세웠다. '광교 국평 20억'에 여전히 집중했다. 당초 25억원대 거래됐다는 아파트 사례는 삭제하고 다른 단지의 '호가' 20억원짜리 사례로 바꿨다.


이 업체는 수정 보도자료에서 "광교중앙역 초역세권인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 12월 30일 17억8000만원에 실거래됐으나, 현재 매매 호가는 20억원까지 치솟았다. 광교호수공원 조망권인 '광교중흥S클래스' 역시 지난 12월 16억4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최고 호가 20억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당초 실거래가가 25억원이 넘었다고 언론에 배포한 사례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호가' 기준으로 바꿔 '20억원'에 맞춘 것이다. 호가는 집주인과 중개사가 시장에 내놓은 아파트 가격이다. 매도자 호가에 맞춰 매수자가 계약에 응했을 때 성립하는 실거래가와는 거리가 멀다.

이쯤하니 자료 생산자가 그 광교 집주인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 지경이다. 앱 업체 관계자는 "광교 지역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해 (25억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비슷한 호가를 보이는 곳을 별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동은 작은 해프닝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실수요자는 이같은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20억원이란 숫자에 누구는 '벼락거지'가 됐다고 푸념할 것이고 누구는 설레는 마음을 안았을 것이다. 아파트 매매에서 중요한 가늠자로 작용하는 직전 거래 가격을 전달하면서 10억원이나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에 나온 오류인 까닭에 더욱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사례가 현행법상 처벌 대상인 '가격 띄우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주택당국은 거래 당사자와 공인중개사가 의도적으로 아파트 가격을 높게 담합할 경우, 높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해 실거래 신고한 후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등을 시세 교란 의심행위로 본다.

국토부 관계자는 "20억원에 초점을 맞춰 광교가 '불장'이라고 표현한 듯하나, 의도성이 파악되지 않고 단순 착오에 의한 것이라면 제재할 수단은 없다"며 "고의성을 가지고 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런 건은 경찰에 수사 의뢰해서 수사기관이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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