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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2·3 계엄은 ‘친위 쿠데타’”…독재 국가 언급

헤럴드경제 신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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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2·3 계엄은 ‘친위 쿠데타’”…독재 국가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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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尹 계엄 강도높게 질타
맨몸으로 국회 지킨 국민·위법 지시 저항한 군경에 찬사도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며 독재 국가를 언급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

재판부가 맡은 피고인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의 최상위에서 비상계엄을 옹호해 온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하나하나 짚으며 “잘못된 주장”이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 중 양형 사유를 설명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에 따라 보장되는 의회 정당제도를 부인하는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며, 군 병력과 경찰 공무원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출입 통제하거나 압수수색한 행위는 형법 87조에서 정한 내란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이런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런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고도 불린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친위쿠데타는 많은 경우 성공해 권력자는 독재자가 됐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 같은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됐으며, 국가 경제와 외교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며 “독재자의 권력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내전 같은 전쟁이나 정치 투쟁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진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그 위헌성 정도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도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한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비상계엄에 찬성하며 내놓는 주장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현재 우리 주위에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고, 이미 유효한 구제 수단이 남아있지 않은 극단적 상황에서나 논의되는 ‘저항권’을 평상시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 없어 위헌·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을 당연하다는 듯 주장하는 사람들, 작년 1월 19일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같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선 헌법과 법률을 쉽사리 위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선거 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열거했다.

이어 “12·3 내란은 이처럼 잘못된 주장이나 생각을 양산하거나 그 상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수시로 언급하는 이른바 ‘경고성 계엄’ 주장과 부정선거 의혹,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국민저항권 행사’ 등을 민주적 기본 질서와 법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못 박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 “과거 내란 사건이 발생했던 시기와 12·3 내란 발생 시기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며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고 국제 무역, 국제 정치 등에 있어서 그 위상도 기존과 비교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대한민국에서 친위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로 생기는 경제적·정치적 충격은 기존 내란 행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기존 내란 사건에 대한 판례가 한 전 총리의 형을 정할 때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1979년 12월 12일 벌어졌던 쿠데타인 전두환 전 대통령 주도의 12·12 군사 반란에 대한 처벌 사례를 가리킨다.

재판부는 아울러 12·3 비상계엄 사태가 몇 시간 만에 끝나고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 신속히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일부 정치인, 위법한 지시에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 따른 일부 군인과 경찰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비상계엄 가담자의 형을 정할 때 피해 발생이 경미했다거나 짧은 시간 진행됐다는 사정을 깊이 고려할 순 없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이날 선고된 형량은 특검팀의 구형이나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처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