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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 제기된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당국·여당은 ‘반대’ 고수 [크립토360]

헤럴드경제 경예은,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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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 제기된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당국·여당은 ‘반대’ 고수 [크립토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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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은행聯에 이자지급 시나리오 제시
스테이블코인 활용도 제고 위한 가설로 해석
한은, 금융위, 여당 등은 기존 반대 입장 유지
미국 클래리티법도 ‘이자 지급 논쟁’으로 제동
은행연합회 건물 전경. [은행연합회]

은행연합회 건물 전경. [은행연합회]



[헤럴드경제=경예은·김은희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정부·여당 법안 발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컨설팅 단계에서 ‘이자 지급’ 관련 논의가 다시 언급돼 주목된다. 현재까지 통화당국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이자지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맥킨지앤컴퍼니는 최근 은행연합회가 주요 회원사를 대상으로 연 원화 스테이블코인 비공개 설명회에서 이자 지급 허용 여부를 하나의 검토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다만 은행권은 이를 정책 요구로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은행연합회는 “설명회에서 맥킨지 측이 이자를 받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을뿐”이라며 “(회원사들이) 실제로 이자 지급을 추진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맥킨지의 최종 보고서는 오는 2월 중 나올 예정이며 공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해당 논의를 두고 기존 정책 방향성과는 결이 다른 사안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현재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정산 수단으로 규정하고 이자 지급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자를 지급할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이 투자 상품으로 해석돼 증권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컨설팅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발주처의 방향성을 따르기 마련”이라며 “은행 중심 발행 모델이 유력해지는 상황에 100% 이상 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구조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자 지급 논의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가설적 제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이자 지급 논의는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시각과 정면 충돌한다. 한은은 그간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순수한 통화 기능을 전제로 검토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이자를 제공할 경우 은행 예금과 직접 경쟁하게 돼 기존 자금중개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 2024년 미국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 내 거래성 예금 가운데 약 6조6000억달러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자 지급 시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쟁점도 남아 있다. 현행 은행법은 디지털자산을 직접 포괄하고 있지 않아 당장 이자 지급이 여신 행위로 해석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스테이블코인을 화폐에 준해 규율한다면 관련 법령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자 지급 논의의 배경으로 은행과 비은행의 사업 구조 차이를 꼽는다. 은행은 예금을 모아 장기 대출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 만큼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할 경우 자금 이탈을 피하기 어렵다. 은행이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더라도 재원이 예금에서 옮겨갈 가능성이 큰 데다가 자금이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묶일 경우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남는다. 반면 비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단기 국채 등으로 운용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자지급이 제도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 중 한명은 “지금까지 논의 상황으로는 금융위도 허용하기 어렵고, 여당 의원들도 전혀 허용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발효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이자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자산 거래소 등 유통 주체가 예치 보상(Reward·리워드) 형태로 수익을 제공하는 것까지 제한해야 하는지를 두고 후속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입법 과정에서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미 은행권은 이자 지급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반면 디지털자산 업계는 이를 과도한 규제이자 반경쟁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해당 논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클래리티법은 상원 은행위원회와 농업위원회에서 각각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성산 솔라나재단 한국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이자수익은 담보돼야 한다”며 “이자를 주면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 경우 국채를 토큰화하거나 온체인에 올리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개인이 디지털 월렛 하나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국채에 준하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한다”며 “지금 주목받는 디지털자산재무기업(Digital Asset Treasury·DAT)들은 네오뱅크를 꿈꾼다. 이들이 (디지털자산을 기반으로) 대출을 하고, 코인을 보유한 개인에게 이자를 지급하며 은행의 기능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입법례가 부족한 한국의 특성상 향후 클래리티법의 최종 형태가 국내 논의에도 참고 사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은행이 직접 발행 주체가 되는 구조가 유력한 만큼 이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해석하는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발행 컨소시엄에는 IT업계도 포함된 만큼 서로 윈윈하는 구조를 모색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