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역 이전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옮기라고 한다고 해서 옮겨지냐”면서도 “다만 설득이나 유도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기업이 판단할 몫”이라고만 밝혔었는데, 이번에 이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여러가지 수단으로 기업들로 하여금 지역균형발전과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 전환에 함께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1일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정부 통합 문제에 대해 “핵심은 지역의 산업경제 발전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정부 방침으로 정해서 결정해 놓은 걸 지금 와서 (어떻게) 뒤집나. 정치적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설득이나 유도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지금 13기가와트 전력 필요한데, 그러려면 원전 10개 있어야 한다. 그 전력을 어디서 해결할건가”, “한강 수계 용수 다 쓰면, 수량 부족해지면 수도권 주민들 식수는 어떻게 할 건가” 등 현재 용인 반도체 산단의 핵심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이 문제들을 넘으려면, 기업들도 정부가 제공할 경제적 유인을 수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 지산지소가 대원칙”이라며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 세감 감면, 규제 완화, 인프라 구축, 교육·연구 시설 확충, 정주 환경 개선 등을 언급했다. “정부가 가진 수단은 많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국민들이 정부 믿고 힘을 모아주시면, 거대한 방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 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규원 선임기자 |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의 대응과 관련, 기후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아직 구체적으로 준비·실행하고 있는 내용이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다만, 지역별 요금제 도입을 추진중이고, 전력의 대규모 공급과 수요의 지역적 일치라는 지산지소가 기본 정책 방향이라서 지속적으로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대통령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가 전력과 용수 공급 부족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다만,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에 “기업이 필요한 막대한 전력과 용수 공급을 정부가 기업들에게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대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진행을 잠시 멈추고, 공론장에서 반도체 산단을 위해 적절한 대체부지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대표는 “애초 전력공급계획도 없이 산단을 지정한 정부가 문제를 제공했으니, 필요한 만큼의 전력공급이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서 취소하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며 “대통령이 지산지소와 지역균형발전이란 대원칙을 재확인했으니 정부는 용인 산단의 이전,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최소화 등 구체적인 실현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