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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열 히트펌프 재생에너지로 분류…국가전력망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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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열 히트펌프 재생에너지로 분류…국가전력망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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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영 기자] 정부가 건물 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히트펌프 보급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전기 사용량이 급증해 국가전력망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눈길을 끈다.

21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공기열 히트펌프, 과연 재생에너지인가?'를 주제로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서는 최근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분류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쟁점에 대해 산·학·연·관이 심도있는 논의를 펼쳤다.

세미나를 주최한 김소희 국회의원(국민의힘)은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분류는 재생에너지를 빠른 속도로 확대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라며 "정책이 가져올 역효과가 분명히 보이고 실제로 많은 우려가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전력망 위협하는 공기열 히트펌프
발제자로 나선 홍희기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분류는 국가전력망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지난해 12월 3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공기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16일에는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35년까지 히트펌프를 350만대 보급해 온실가스를 518만톤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히트펌프 시장도 2024년 기준 28억8900만달러에서 올해 34억26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정부 정책에 시장이 탄력을 받으면 히트펌프 수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반박용이다. 정부의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계획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력수요 급증에 따른 국가전력망 붕괴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전력수요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라며 "공기열 히트펌프는 전력수요를 더욱 증가시켜 블랙아웃 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국내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꼽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국내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요 전력 용량은 4만9397MW로 국내 최대전력의 52%에 달한다. 이에 공기열 히트펌프까지 가세하면 전력수요가 가속화된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이어 "2023년 기준 국내 전체 전기사용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은 11.1%에 불과하다"며 "강원지역의 경우 전기사용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이 38.04%로,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용이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이 한자릿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력문제 대안으로 타 열원과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도입 의무화를 제시했다. 공기열 단일 시스템은 혹한기 효율 저하와 동절기 전력 피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서다.

COP가 2.5 미만으로 떨어지는 저온기에는 지열·태양열·연료전지·PVT 등 타 열원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만 재생에너지 설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발제자 임용훈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교수도 전력수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2035년 공기열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시 동시 가동률 80% 기준 총 소요전력을 8.95GW로 추산했다. 대형 원전 6~7기를 동시에 가동해야 얻을 수 있는 양이다.

임 교수는 "히트펌프는 공기열·지열·수열 등 기저열원과 무관하게 전기를 반드시 수반하는 설비이기 때문에 소비되는 전력량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토론에서는 "과학적 실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현가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통 의견이 도출됐다. 공기열 히트펌프의 전력수요를 정확히 예측해야 국가전력망 붕괴를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소희 의원은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설비 설치 후 실질적인 운영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을 꼭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입법과 정책이 같이 움직이도록 추가적인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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